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31 06:00

'지주사' 예상깨고 지배회사 체제로…"책임경영 위해 정공법 채택"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8일 지배회사 체제를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대주주가 지분을 매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약 4조5000억원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다. 이에 따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연내 자발적 개혁을 요구했고 해가 지나도 움직임이 없자 “정기 주총이 있는 3월에는 지배구조가 변화될 제도 정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지난 16일 열린 주총에서도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현대차그룹은 공정위의 2차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 순환출자구조 해소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주력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계열사들이 가진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대주주인 총수일가가 사들여 책임경영과 순환출자해소를 한 번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우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부품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킨 후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오는 7월 말까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계열사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분거래를 마치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끊어내게 된다.

특히 이렇게 되면 승계 작업 중인 정 부회장의 지배력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23.29%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하지만 정작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전혀 없고 현대차(2.28%)과 기아차(1.74%)의 지분율 역시 낮아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인다면 보다 수월한 승계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분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업계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23.3%)을 매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투입할 비용은 약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약 1조원대의 주식 양도소득세까지 더하면 6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수조원의 사재 출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대신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 것은 대주주가 책임경영을 위해 적절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박수받을 일”이라며 “총수일가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켜왔던 다른 대기업들을 뒤따르지 않으려는 노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대주주의 투명한 책임경영 사례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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