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2 11:42

산업부, 농산물은 '레드라인'…협상 완전종료 안돼 '불안'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을 계기로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의 통상압박이 오히려 기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블루베리와 사과, 배 등 일부 미국산 과일의 한국시장 진입 문제를 지적했다. 농산물은 우리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못 박았던 품목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USTR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18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USTR이 1974년 통상법 제181조에 따라 매년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해외시장 진출 애로 사항을 정리한 보고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60여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작성하고 있다.

특히 USTR은 올해 보고서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산 과일의 한국 시장 접근 문제를 새로 추가했다.

USTR은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미국 오리건주 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의 한국 시장 접근과 체리 수출 프로그램 개선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이 수입을 금지한 미국산 사과와 배에 대한 시장 접근도 요청했으며 이들 과일의 수입 허용을 위해 계속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자국 농산물의 한국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에 따라 미국산 과일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위생검역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사과와 배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다. 특히 블루베리와 체리는 신선도 문제 때문에 오리건주 등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재배된 것에 대해서만 검역을 통과시키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까다로운 검역으로 비관세 장벽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과학적이고 절차에 맞는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FTA 개정 협상은 이미 마무리 된 만큼 이번 보고서 내용이 정식 협상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이미 기술적으로 합의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추가적인 보고서나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이익과 안보이익을 모든 협상의 지렛대로 쓰고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FTA 개정 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지켰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보고서에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미국 측과도 한미FTA의 각종 이행위원회 등 협의 채널을 활용해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