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3 05:19

GM본사 압박속 이번주 노사 8차교섭...'타개책' 나올지 관심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지난달 19일 한국지엠 본관 앞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더블스타 매각’으로 일단락 되면서 비슷한 처지인 한국지엠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회생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3월 내수 시장에서 6272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면서 내수 꼴찌로 추락했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전월 보다는 8.1% 늘었지만 월간 판매량 1만대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가 익숙해지는 모양새다. 한국지엠의 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만4778대 보다 57.6%나 쪼그라들었다.

한국지엠의 판매 실적을 뜯어보면 반등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모든 판매 차종을 통틀어서 월간 판매량 1000대를 넘은 모델은 경차 스파크(2518대) 뿐이다. 이 마저도 지난해 대비 42.1%나 줄어든 수치다. 한창 팔려야할 말리부와 트랙스는 각각 909대와 707대에 그치며 ‘주력’ 입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베오(36대), 임팔라(146대), 캡티바(138대) 등은 언급하기도 민망할 만큼 바닥을 기고 있다.

소비자들은 철수 시 중고차 감가와 서비스 품질 하락을 염려해 한국지엠 제품 구입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부터 주력모델에 대해 보증기간 연장과 중고차 잔존가치 보장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한국지엠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판매량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지엠이 제 모습을 찾으려면 GM 본사의 신규 투자와 신차 배정,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투자의 선행조건인 노사 임단협 교섭이 전혀 진척이 없어 회사의 미래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에 빠지게 됐다.

임단협 타결이 지체돼 GM이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신차배정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곧 진행될 GM의 글로벌 신차배정에서 한국이 제외된다면 한국지엠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하는 실정이다.

이사회는 당장 상환해야하는 1조7000억원 가량의 차입금 상환을 실사가 끝날 때까지 연장해달라고 GM 측에 건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급 미지급분 720억원과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5000억원은 이달 초 지급해야한다.

이를 더하면 당장 2조2820억원 가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지엠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 한국지엠은 이 같은 자금난 탓에 외부감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딜로이트 안진은 한국지엠의 지속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거절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한국지엠은 상장되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노사는 지난 30일 열린 7차 본교섭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8차 교섭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 사장이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지난달 31일까지 임단협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교섭 당시 “잠정합의안에 대한 서명을 먼저하고 논의는 나중에 하자는 사측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며 “회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실사 중인데도 구체적인 경영실태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무조건 합의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3대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GM은 인건비 감축 등 비용 절감을 전제로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출자 전환하고 신차를 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은행 역시 한국지엠 노사의 자구안이 확정되면 실사를 거쳐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인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일단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복리후생비 절감이다. 노사는 복리후생비용 감축 방안에 대해 합의해야 하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미래발전 전망을 먼저 제시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임단협 교섭 자리에는 군산공장 노조 집행부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군산공장 이슈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교섭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의 책임은 노사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상호간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사측은 철수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경영비전을 보여주고 노조 역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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