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3 05:18

전문가들 "미래차 생산기지 육성 등 고민해야"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노사 간 임단협 교섭이 2개월 째 표류하면서 정상화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가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원활한 교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군산공장 이슈에 매몰돼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가 군산공장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부터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산공장을 살리려면 정부가 적극 나서 미래차 생산기지나 연관산업 재활용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 간 가동률이 20%에 머물러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는 한국 사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며 “공장 폐쇄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산 지역경제는 쇼크 상태에 빠졌다. 가뜩이나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데다 한국지엠까지 공장을 폐쇄하면서 지역경제는 초토화됐다.

특히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1600여명의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미 1000여명은 희망퇴직을 통해 일터를 떠났고 나머지 600여명만 유급휴가 상태로 회사에 남아있는 실정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2500여명 가운데 무려 40%가 군산공장 출신이다. 희망퇴직으로 갈 곳을 잃은 근로자들 중에는 이미 2명이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해고자와 가족 수십 명이 자살 또는 병사했던 ‘쌍용차 사태’가 재연되는 듯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2500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한국지엠을 떠나야 할 상황”이라며 “해고는 경영의 기법일지 모르지만 삶과 가족이 있고 살아 숨 쉬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일 뿐”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조합원들의 고용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군산공장 폐쇄 철회가 결정될 때까지 자구안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군산공장이 재가동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미 군산공장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퇴직했고 다시 가동하더라도 생산할 차종이 없기 때문이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던 신차 ‘올 뉴 크루즈’는 부진의 여파로 생산라인 이전 없이 그대로 단종됐고, 출시된 지 7년이나 지난 ‘올란도’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공장 재가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무조건 폐쇄 철회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군산공장의 해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지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온 구조조정 전문가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은 “군산공장을 독립된 형태의 새로운 법인으로 나눈 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생산기지로 활용해 GM이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필요한 자금은 정부가 전부 부담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국내 사모펀드(PEF)를 만들면 조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동신 군산시장과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 등은 지난달 23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전기차‧자율주행 기반의 글로벌기지 조성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현대차나 폭스바겐 등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군산공장을 인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특유의 고비용 저생산 문제 때문에 매물로 나와도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군산공장의 생산 시설을 다른 업종에서 재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과 연계된 튜닝산업이나 시험장 등 다양성 있는 모델을 고민할 수 있다”며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메카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군산공장은 GM이 운영을 잘못해 폐쇄됐지만 추후 활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이끌어야 한다”며 “특히 산학연관이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움직인다면 해결 못할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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