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4 14:49

사측 "일감부족으로 불가피"...勞는 지부장 단식·삭발 '벼랑끝 대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조조정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일감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노조는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자동차‧타이어‧조선 등 국내 제조업 전반에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통해 2400여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4일 ‘노동자 다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는 이름의 대자보를 내고 “사측의 노조 말살 정책 저지를 위해 어제 오후 임원 삭발 투쟁, 지부장 단식, 집행부 철야농성을 진행하겠다는 투쟁선포식을 열었다”며 “전 조합원의 총력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일감 부족이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계획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자를 위한 창업과 재취업 알선 등 대체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혓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자에게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 치의 임금과 자녀 장학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정년 선택제도 실시한다. 조기정년을 신청하는 직원은 희망퇴직자와 동일한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60세까지의 근속 포상금 등이 지급된다.

현대중공업은 일감부족으로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선박 수주는 24척(39억달러)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도 48척(47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역시 3월까지 수주한 물량은 7척이 전부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2014년 하반기 아랍에미리트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설비 수주 이후 실적이 전혀 없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일 사측 임원 3명은 사전 협의없이 사무기술직 400명, 생산기술직 200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가지고 지부를 찾았다. 이에 대해 노조가 강력 반발하자 해당 임원들은 공문을 전달하지 못한 채 지부사무실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2월 7일 2년치 임단협을 합의하며 조합원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사측과 약속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합의서 조인이 끝나자 곧바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220명을 골라 10주 교육과 10주 휴직으로 내몰았고 끝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제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무능한 경영능력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여의치 않자 이듬해인 2016년에도 사무직과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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