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5 17:43

핵심자료 내지 않고 자금지원 재촉만…신차배정도 무소식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GM이 노조와 산업은행을 오가며 다른 말과 거짓 말로 농간을 벌이면서 불신만 쌓고 있다. 산업은행과 노조에 전하는 말이 서로 다른데다 회사 측 입장도 여러 번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과 노조의 양보를 함께 얻어내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 자금지원과 실사 무력화 위해 '데드라인' 제멋대로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월 13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GM은 글로벌 신차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기 때문에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2월 말까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과 노조의 임단협 교섭 타결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중대한 결정’인 신차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4월을 넘긴 현재까지도 GM의 글로벌 신차배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GM이 신차배정 데드라인을 2월 말로 정한 것으로 두고 최소 두 달 이상 소요되는 산업은행의 실사를 무력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특히 4월이 지나서도 글로벌 신차배정 발표는 '깜깜 무소식‘인 점을 감안할 때 노동자들을 볼모로 최대한 빨리 자금을 얻어내고 실사를 ’패스‘ 하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베리 엥글 신뢰할 수 있나… "실사 협조하겠다"더니 핵심자료 제출 거부

GM 관계자들의 발언에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들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지난달 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합의하고 “희망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하는 4월 17일 4억5000만달러가 부족하니 산업은행이 지분만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엥글 사장은 재차 방한했던 26일 “4월 말까지 지원 협상을 끝내자”며 돌연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실사 결과에 따라 지원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산업은행과의 합의를 깨고 무리한 요구를 들이밀었던 셈이다. 특히 실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확약서 작성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에 협조하겠다던 GM이 필요한 핵심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M의 장기적인 투자계획과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계획서를 관계기관에 냈다고 밝힌 반면 산업부 등 정부 당국은 구체적인 장기 투자계획을 받지 못했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경영자료 제출을 요구할 때마다 대외비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던 GM이 말만 앞세워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엔 "노조와 자구안 마련했다"며 지원 재촉노조엔 거짓 산은 입장 전해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GM은 우리정부에 “노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자구안을 마련했으니 신차배정을 하겠다”며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자구안 합의는 되지도 않았고 신차배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GM이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 우리 정부에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관계자는 “5만대 규모의 신차를 배정하겠다는 말 자체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돈만 받아 철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지엠의 연간 생산능력은 26만대에 달하는데도 5만대 규모의 신차를 배정하겠다는 것은 창원 등 다른 공장의 문도 닫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미 부평 2공장은 물량이 없어 주2일 근무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지난달 30일 열린 7차 교섭에서 이달 안에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몰아붙였는데 산업은행 측과 직접 면담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GM이 전혀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노조와 산업은행 양쪽 모두에 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GM은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하는데 믿을 근거를 줘야 신뢰하지 않겠느냐”며 “지금껏 사측을 믿어왔는데 돌아온 결과는 일방적인 군산공장 폐쇄”라고 토로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의 현재 태도는 칼만 안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며 “노동자를 볼모로 삼은 GM이 노동친화적인 현 정부를 상대로 돈이 나올 때까지 두들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GM은 한국지엠은 물론이고 글로벌 자회사들을 상장시키지 않았는데 이는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그간의 태도로 미뤄봤을 때 GM은 전혀 믿을만한 상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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