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5.12.15 11:34

한경연 “금리정책·기업구조조정·구조개혁 적극 나서야”

내년 한국 경제가 직면한 리스크는 무엇일까.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6년 한국경제 5대이슈:전망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내년 한국 경제의 5대 이슈로 ▲차이나리스크 ▲수출경쟁력 저하 ▲금리정책 ▲기업구조조정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의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이 공장에 첨단을 덧붙인 ‘메이드 인 차이나’로 대변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2012년에 무역규모에서, 최근 2014년에는 경제규모(PPP 기준)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 데다가 수입대체화 속도 역시 빠르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자체의 리스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기업의 수익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가 하면, 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급증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제조업 이익증가율은 2013년 12.1%에서 2014년 3.3%,'올해 1월에서 5월 기간 중에는 -1.3%로 감소한데다가 적자기업은 약 9%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또 2015에서 2017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연평균 51.3%로 증가하고 있다. 회사수 기준으로는 80.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과잉 유동성이나 은행부실 등은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라고 이 팀장은 밝혔다. 중국은 경기둔화 대응한 통화정책 완화로 유동성 공급과잉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통화량은 2009년 이후 19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평균이 116%인데 반해 높은 수준이다. 또 은행 부실채권 비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7분기 연속 증가하는 등 은행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이 팀장은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최근 5년 연평균 대중 무역흑자(홍콩 포함)는 736.8억 달러로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터키 등 취약 신흥 5개국의 대중 무역규모인 369.5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이처럼 대중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대중 무역 흑자 축소는 실물경제 위축 외에도 환율 불안과 외국인자금 유출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치훈 중국팀장은 "위안화는 당분간 양방향 변동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절하 압력이 다소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차이나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비교우위 확보와 중국시장 진출이 해답”이라며 우회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제조·IT·금융 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 ▲중국시장 공략 마스터플랜 마련과 조직 구축 ▲중국 신성장 동력인 소비 및 낙후지역 개발 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부조달, 인프라,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 금융 진출 확대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중국은 그 동안 고성장기에 추진해 온 저임금을 토대로 한 저소비와 고투자 고수출 전략이 더 이상은 지속하기 힘든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공업부문 평균 가동율이 60% 수준까지 하락하고 주택부문은 2011년부터 재고가 쌓이기 시작해 이 재고를 해소하는데 최소한 4~5년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재고문제가 심각해 기업부실과 금융부실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우리나라 수출에 추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중 무역이 보완관계에서 경합관계로 변화하고 있는데,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외 3국 시장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또 “향후 추가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며, 경기회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현재 중국이 위안화 환율방어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기업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엔저가 없더라도 한국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가격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전기전자산업, 금속산업 등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수출단가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후에는 수출 단가를 유지한 채 이윤 확대를 추구했던 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교수는 “1994년 미국금리인상이 있은 후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2004년 미국금리인상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며, “미국은 올해 12월 0.25% 금리인상 이후 내년 중 0.75%에서 1% 정도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경제는 달러 강세 예상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교수는 “한국은행은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가계부채의 부실문제와 경기침체 심화 등 금리정책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내수를 부양하기 어려운 지금 환율정책을 통해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하만큼 원화를 절하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며, “다만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자본유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 자본유출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환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유출 대비책으로 ▲외국인 채권소득에 대한 세율 인하 ▲미국·일본과 스왑의 상시화를 통한 외환보유고 확충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성은 한국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진단했다. 기초체력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주식가격과 통화가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한국경제는 단기차입금 비중이 양호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여력이 있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오래전부터 예고해 대응책 마련이 가능했고,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부담요인이므로 이전보다 점진적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조동근 교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은 중국 등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에 따른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는 취지에서 발의됐으므로 공급과잉업종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모든 기업들에게 원샷법을 개방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는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조 교수는 구조개혁과 규제개혁이 미진한 원인을 경제의 정치화에서 찾으며 경제규제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전향적인 시각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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