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2.15 15:03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지난 11월 중국 인민은행 홈페이지에는 위안화 환율을 달러만이 아닌 여러 통화 바스켓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중국의 환율 시스템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와만 연동시키는 기존의 페그제(peg)에서 13개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과 연동시키는 ‘복수통화바스켓’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는 11일 달러, 유로, 엔 등 13개 통화로 구성된 위안화 환율지수를 발표함으로써 중국 환율시스템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 인민은행이 현 시점에서 환율시스템 변경을 검토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대비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12월 FOMC회의에서 정책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화 강세 현상도 동반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환율시스템하에서는 위안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 강화와 동시에 중국 제품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읽힌다.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자본시장의 점진적 개방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위안화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종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 방어가 절실한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의 유연성 강화가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만으로는 수출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렸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촉발된 엔화 강세 기조는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장기 불황 리스크의 위험성이 도사리게 된다. 글로벌 통화 흐름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직은 환율시스템 변경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려가지 대내외 여건을 종합해봤을 때  환율시스템이 바스켓제도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으며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약세 흐름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환율시스템 변경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 차원으로 글로벌 통화 흐름과 위안화를 연동시키는 작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추가 위안화 절하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있어 위안화 환율시스템 변경은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역시 원-위안 동조화 추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절하나 급격한 절하 폭 기록의 가능성은 낮다. 중국 입장에서도 급격한 평가절하가 지난 8월에 있었던 중국 금융시장 불안 확산과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6.5위안/달러 돌파 여부가 위안화의 추가 절하에 대한 기대감 확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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