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9 17:23

회사측 산업부에 판단 요청…고용부 "국민건강 위해 제3자 공개"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9일 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의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산업부와 고용부 간 충돌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통해 국가 핵심 기술 해당 여부를 판정할 예정이다. 산업기술보호위의 반도체 전문가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판정 결과를 삼성전자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 9조에 의거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산업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기술보호위는 핵심 기술 여부만 판정할 뿐 보고서 공개가 적절한지는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보고서 공개는 법규에 따라 고용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보고서 내용이 핵심 기술이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법원에 제출해 법적 판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고서 공개 관련 소관부처인 고용부는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정보공개 청구' 관련 브리핑에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온 6개 사업장의 보고서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를 추진하는 사업장은 삼성전자 온양공장과 평택공장, 기흥·화성공장, 구미공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삼성SDI 천안공장 등이다.

앞서 고용부는 산업재해 피해 입증을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생산 기술 노하우가 담긴 공장 설비 배치도와 공정 등의 핵심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은 산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핵심 공정기술까지 중국 등 경쟁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를 막기 위한 행정소송을 지난달 26일 제기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지난 6일 열린 상생협력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에는 우리의 30년 노하우가 들어있어 공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대전고법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이범우씨의 유족에게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핵심쟁점은 측정보고서를 산재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보고서를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업계는 “공정관리 방법이 기록된 보고서를 공개하면 부메랑이 돼 국익을 훼손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가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기술이 무방비로 공개되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에 따라잡힌다는 주장이다.

반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과 고용부는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법원은 설비, 기종, 생산능력 정보, 공정, 화학물질 종류 등이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산재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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