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10 11:08

상시·지속업무에 고용하고 반복해고…정규직 전환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의 기간제 노동자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현대차는 불법고용으로 판결난 사내하청 노동자의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꼼수를 선택했다”며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10일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인 현대차가 불법고용을 일삼고 기간제(촉탁‧계약직)노동자들에 대해 반복적인 해고를 일삼는 것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가이드라인을 보더라도 현대차는 당연히 정규직으로만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사내하청으로 불리는 소속 외 노동자를 지난 2000년 초부터 1만명 이상 써오다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위장하도급에 해당하는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불법인 사내하청 대신 2년 기한 내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제를 대신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가 기간제를 쓰는 것은 법의 취지와 목적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해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된 기간제 관련법은 2년 이상 지속되는 업무는 정규직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 법을 악용해 2017년 기준 2592명의 기간제 노동자들을 지속적인 업무에 투입하고 6개월 안팎의 쪼개기 계약을 맺어왔다.

노조는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기간제법을 피해가기 위해 사측은 기간제 노동자인 박점환 조합원에 대해 두 달 간격도 안 되는 16번의 쪼개기 계약을 맺다 내버렸다”고 비난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2013년 2월 25일부터 2015년 1월 31일까지 23개월 동안 박 조합원과 16번의 쪼개기 계약을 맺었다.

이어 노조는 “현대차는 일시적 업무가 아닌 상시적인 업무임에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생산된 차량은 안전도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노조는 “불법계약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눈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원하지 않는다”며 “현대차는 모든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11년 간 이어오던 현대차의 사내하청 문제는 지난 2016년 노사 협의를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노사는 2017년까지 총 6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줄이는 동시에 기간제 노동자 수를 늘리면서 또 다시 갈등이 점화된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3월 31일 기준으로 기간제 노동자 2592명과 사내하청(소속 외 노동자) 9868명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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