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13 15:39

철수 방침 정해놓고 정부지원 압박...법정관리 준비설도 나와

한국지엠의 중형세단 말리부가 부평공장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GM 본사는 20일까지 합의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이미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는 GM이 정부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3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우리가 선호하는 한국지엠 사태의 해법은 성공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모두가 다음 금요일(20일)에 협상 테이블에 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4월 20일까지 비용절감에 관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도신청을 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했다.

하지만 이미 GM은 한국지엠을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작업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라서 GM 경영진들의 연이은 데드라인 언급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GM은 올해부터 부진한 차종은 과감히 단종시키고 시장성이 높은 CUV와 SUV, 그리고 전기차 등 미래차의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GM은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의 생산시설을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판매 관련 조직만 남기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첫 단추가 군산공장 폐쇄 및 올 뉴 크루즈‧올란도의 단종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중국 상하이지엠에 생산물량은 물론 연구개발 기능까지 모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량이 높은 중국에서 시장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GM의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지엠은 지난해 현지에서 무려 400만대 가량을 팔아치웠다. 본토인 미국에서 팔린 300만대보다 100만대나 더 많은 규모다. 반면 한국지엠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불과 13만여대로 수출량을 합해도 52만대 수준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한국지엠이 강도 높은 GM 본사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은 소형차 연구개발능력과 생산능력 때문”이라면서도 “중국을 주력으로 택한 GM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지엠의 기능을 상하이지엠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기타지역’으로 분류해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한국 사업장도 철수가 유력하다”며 “국내 노동자들을 볼모로 잡은 GM이 노동친화적인 우리 정부에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장을 폐쇄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기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GM은 한국정부에 철수를 무기로 떼를 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할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통해 한국지엠의 원가구조를 꼼꼼히 검토한 후 ‘뉴머니(신규투자)’ 투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지엠에 올드머니(본사 차입금)가 들어갈 이유는 없다”며 “올드머니는 GM의 경영 책임인 만큼 단돈 1원도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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