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16 11:59

실사·노사 교섭도 비협조...20일 이후 법정관리 신청 수순밟나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GM이 한국지엠 차입금 3조원의 출자전환 철회를 언급하며 정부와 노조를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미 GM이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데드라인을 앞둔 한국지엠은 ‘운명의 일주일’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의 이 같은 태도는 미리 철수를 염두에 두고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만 얻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GM이 노사 합의의 데드라인인 이달 20일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한국지엠은 청산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 배리 엥글 GM 사장 “한국지엠에 출자전환 않겠다”…차등감자 피하기 꼼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3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우리는 한국지엠에 대출을 하고 산업은행은 투자를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GM과의 협상에서 ‘대주주 책임론’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GM이 대주주로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GM 측이 출자전환 철회의사를 밝히면서 책임은커녕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를 협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GM은 한국지엠에 빌려준 차입금 3조원을 출자전환하고 2조5000억원 가량을 신규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GM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GM이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할 경우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1% 밑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자금 투입에 앞서 대주주인 GM의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GM 측은 손해가 불가피한 차등감자를 피하기 위해 ‘출자전환 철회’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지엠의 자본금은 1660억원으로 산업은행 지분율에 따른 출자분은 282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출자전환은 GM의 한국지엠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산업은행의 비중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는 대주주만 지분율을 낮추는 차등 감자를 요구해왔다.

◆ 실사‧노사 교섭 협조도 않고 '법정관리 준비'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지엠은 내부 조직을 통해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사 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이달 20일이 지나면 곧장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작 GM이 실사와 노사 간 교섭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3일 “실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전(移轉)가격”이라면서도 “GM이 한국지엠 아닌 다른 국가 사업장에 주는 원가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GM 측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미협조는 노조와의 교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회사가 어렵다며 비용을 줄여야한다고 하는데 왜 회사가 어려운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주지 않고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사측의 요구안에 대한 잠정합의만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GM이 한국지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무런 협조와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조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지난 수 십 년간 자회사들에 빨대를 꽂고 단물을 빨아먹은 뒤 공장 폐쇄를 무기로 해당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은 뒤 결국 철수했다”며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강도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GM이 한국지엠을 비롯한 글로벌 자회사들을 상장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원가구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정부의 자금 지원은 혈세 낭비는 물론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는 폭탄돌리기가 될 게 분명하다”며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을 철저하게 검증해 신중하게 지원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철수한다고 해서 동요하지 말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GM은 정부에 철수를 무기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자금 지원에 대한 명분부터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지엠 노사는 16일 오후 2시 8차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8차 교섭은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CCTV 설치를 놓고 양측의 이견이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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