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17 15:54

분할합병비율 산정에 문제제기…정부 정책적으로 규제 촉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모비스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울산공장에서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노조 모비스위원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수단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미 모비스위원회 소속 1400여명의 조합원들은 19일 총파업을 결의하고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지부는 모비스위원회의 투쟁을 후방에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에는 모비스위원회를 비롯한 6개의 별도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노조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참여연대의 현대글로비스‧모비스 분할합병 적정성 검토 보고서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규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2일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이번 출자구조 재편으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분할합병비율 산정 의혹, 의부평가기관의 이해상충 가능성, 이사회 절차의 공정성 관련 의혹 등 다양한 쟁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지난 2015년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총수 지분이 높은 회사에 유리하도록 편법적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해 주주들은 손해를 입고 총수는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사업을 흡수합병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23.29%) 부회장이다. 정몽구(6.71%) 회장까지 더하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29.9%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현대차그룹이 산정한 합병비율 0.61 대 1의 합병비율에 따른 모비스 분할법인 본질가치는 9.27조원이며 시가총액이 23.1조원임을 고려하면 분할법인의 가치비율은 54.8%에서 64.3%에 해당한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비율을 60%가 아닌 40.12%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분할법인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총수일가에 유리하기 때문에 총수일가는 20% 할인된 편법증여로 혜택을 보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모비스 분할법인 가치비율이 40%로 계산될 경우 주주는 약 4.59조원의 손해를 보는 반면 총수일가는 약 4000억원의 경제적 이득과 글로비스 지분가치 상승을 동시에 얻게 된다.

이와 더불어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가 그룹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도 지주사를 세우지 않은 것은 지주사 관련 규제를 피하고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지배구조 재편은 엄연히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대주주의 지배력 확장에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보고서에 대해 언론계 전반이 기사화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노조는 참여연대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 12일 열린 13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노동쟁의 결의를 승인해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2사 1노조 형태로 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이 같은 단체협약을 위반한 불법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현대차지부에 소속된 현대모비스 조합원들은 지부를 탈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2001년 설립한 현대글로비스는 총수일가의 사익추구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입법을 촉발시켰던 대표기업”이라며 “단체협약에 기반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사업은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현대차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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