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4.19 15:27
<사진=뉴스웍스>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올해 초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초과근무로 두 달새 대여섯명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해 국토부가 근무실태 특별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국토부의 조사결과와 개선안은 현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장 실무자들 "15.2%가 초과 근무"…국토부는 "그런일 없어" 

국토부가 지난 5일 발표한 '9개 국적 항공사 승무원 근무실태 조사' 결과 법정 승무시간을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블라인드가 국토부 발표 직후인 4월 11일~13일까지 실무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15.6%에 이르는 응답자가 "법정 승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토부 측 조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사진=블라인드>

항공업계 현장 근무자 1002명을 대상(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국적기 항공사 및 LCC 소속 90%)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초과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항공사 1위는 이스타항공사(22%) 였다. 뒤를 이어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이 각각 19%로 나타났다.

또한 국토부가 내놓은 개선안도 실무자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기내 승무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문제는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의 불합리성이다. 

현행법상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움직인 순간부터 착륙 후 멈춘 마지막 순간까지 소요 시간만 반영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보통 이륙 2시간 전까지 출근을 해야 하고 비행시간이 지연되어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는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국토부가 권고나 협의를 통해 휴식시간을 확대하고 인력을 보충하는 등 수박 겉핥기식 대책에 그쳐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블라인드 조사결과 승무원 근무시간에 개선 방안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항공업 종사자는 80.2%(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57.9%+만족하지 않는다 22.3%)로 나타났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6.7%(매우 만족한다 3.1%+만족한다 3.6%)에 그쳤다. "보통"이라는 답은 13.1%였다.

◆제때 쉴 권리도 보장받지 못해…92% "연차 사용 제한 경험 있다"

승무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 사용' 등 휴가를 쓰는 일에도 눈칫밥을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라인드 조사 결과 "연차 사용을 제한 당했거나 제한 당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압도적인 수치다. 

<사진=블라인드>

그중 대한항공은 연차사용 제한 항공사 중 98%로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각 94%로 공동 2위, 티웨이항공이 88%, 아시아나 87%, 이스타항공 84% 등이었다. 대부분의 항공사 승무원이 당연한 권리도 누리기 힘든 것이다. 

실제 블라인드에는 승무원 규정 외 노동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대한항공 승무원의 남편이라고 밝힌 한 익명 게시자는 "팀원이 병가를 내면 팀원 전체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말도 안 되는 연대책임"과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연월차 휴가가 매달 신청해도 무시되고 한 번이라도 나오면 그걸 기뻐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토로했다.

<사진=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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