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23 06:00

사회양극화 해소 기대 vs 임금인상 여론지지 얻으려는 전략

하부영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이 지난 4월 12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투쟁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사회양극화 해소가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지만 한편으론 현실성 없는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는 지난 12일 제134차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번 요구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인상 요구다.

노조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금속노조 지침인 7.4%(14만6746원) 대신 5.3%(11만6276원)만 임금은 인상하고 인상률 차이(2.1%)는 협력사와 비정규직 임금률에 반영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을 통해 귀족노조 프레임을 벗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노조는 “사측과 보수세력의 공세인 안티노조 프레임으로 시작된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협력사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신분 차별로 인한 임금격차해소를 위해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에게 대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지불능력과 투쟁력이 있는 대기업에 더 높은 임금인상률이 적용돼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비정규직 임금상승률을 정규직보다 높이고 상여금과 성과금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사측이 납품대금을 지불하는 1차 협력업체의 임금률 인상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이와 더불어 다단계 하도급 과정의 임금 중간착취금지법과 납품업체들의 대항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을’들의 교섭권 확립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조의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크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은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하후상박 연대임금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첫 단추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며 진작 가야했던 길”이라며 “임금격차를 최소화시키는 것은 대공장 노조의 당연한 책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조의 정당한 임금인상 요구를 탓해서는 안된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달릴 수 있지만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하후상박 연대임금은)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회적 비판여론을 피하면서도 임금인상을 노리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성 없는 이상적인 전략을 내세워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조합원이 정치인도 아닌데 다른 회사인 협력사 임금인상까지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노조는 협력사들의 임금을 거론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노동유연성부터 뒤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영세한 협력사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친화적인 정부정책과 맞물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진짜 부정여론을 바꾸고 싶다면 강성 이미지를 벗고 선진국의 반토막 수준인 생산성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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