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24 05:56

GM의 추가출자 등 정상화 의지와 소비자 신뢰회복 '관건'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데드라인을 앞두고 극적인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면서 일단 법정관리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임단협 타결은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고육지책에 불과해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GM이 정한 법정관리 시한이었던 23일 오후 극적으로 노사 임단협이 잠정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이날 저녁 예정됐던 이사회에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의결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노사 간 자구안 합의로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있다.

◆ GM의 차입금 출자전환과 추가 자금지원 필요

특히 목줄을 쥐고 있는 GM 본사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회사의 향후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당장 한국지엠은 약 27억달러(약 3조원)의 차입금을 본사에 갚아야 한다. GM은 차입금 전액을 출자전환하기로 했지만 그간의 태도로 미뤄봤을 때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이를 철회하겠다며 압박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GM이 차입금 전액을 출자전환하더라도 한국지엠은 추가적인 자금 차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지엠은 이달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약 5000억원을 지급해야하고 지난해 성과급 미지급분 720억원과 협력사 부품대금 3000억원도 지출해야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GM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는 한 자금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연간 생산목표는 50만대인데 추가 신차는 5만대 1종?

교섭의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미래발전전망 역시 큰 틀에서 합의했을 뿐 세부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노사는 이날 소형 SUV 트랙스 후속모델과 CUV 신차를 각각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배정하기로 합의했다.

겉으로 보기엔 신차배정으로 중장기적인 비전이 확보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물량’이다. 한국지엠의 연간 생산능력은 26만대 수준의 군산공장을 빼도 부평공장 44만대, 창원공장 21만대 등 64만대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생산하고 있는 트랙스 후속모델을 제외하고 순수한 신차 배정은 CUV 1종인데다 배정물량도 연간 5만대에 불과하다. GM은 신차배정으로 2022년까지 50만대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5만대 수준의 신차 1종을 더한다고 해서 물량 확보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월간 내수판매량이 6000대 수준으로 급감하고 최근 유럽 수출길마저 막힐 위기에 놓여 이대로라면 연간 50만대는 공수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생산 물량 확보가 어렵다면 아무리 외부 수혈을 받더라도 자금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생산물량을 감산한다면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극적으로 봉합된 노사갈등은 조만간 다시 점화될 수밖에 없다.

◆‘초토화’ 국내 영업망 복구와 소비자 신뢰 회복 급선무

또 초토화된 국내 영업망을 복구시키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판매노조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철수설 장기화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영업직”이라며 “임금은 사실상 절반이상 줄고 이미 영업직의 21%가 현장을 이탈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한국지엠의 영업사원은 지난해 4월 대비 727명이나 줄어든 상태다.

영업망을 복구하기 위한 방법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 판매를 회복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사후서비스와 중고차 가격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지엠은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철수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분명하게 심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에 합의하지 못하면 공멸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잠정합의안은 도출될 것으로 봤다”며 “장기적인 발전전망을 토대로 경쟁력 갖춘 차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올라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판매확대를 노리려면 소비자가 구입할 만한 좋은 차부터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한국지엠의 라인업에서 제대로 된 시장경쟁이 가능한 차종은 경차 스파크가 유일하다. 말리부와 트랙스 등 주력차종을 비롯해 생산중단이 결정된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등은 노후화와 고가의 가격, 빈약한 편의사양 등으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