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27 15:27

지배구조 개선 주총 앞두고 주주달래기...회사측 "주주가치 제고 위한것"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조감도 <사진=현대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가 96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한 것에 대해 노조는 “주가상승을 목적으로 1조원을 쏟아붓는 것은 고가의 한전부지 매입 등 잘못된 경영판단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 잘못으로 주가가 반토막 나자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엘리엇 등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보상조치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엘리엇이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등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대의견을 내자 사측은 29일 열릴 모비스 주총을 앞두고 떡고물을 던져주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총 854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주식의 수가 줄기 때문에 남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자사주 소각조치는 엘리엇의 공격을 막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 상향, 다국적 회사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 3명 추가 등을 요구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정 회장 등 총수일가는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을 30% 이상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주총 표대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이 이틀 뒤 열릴 주총에서 가로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노조는 현대차의 실적과 주가하락은 한전부지 고가매입과 GBC(현대차 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 건축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멈추고 자동차 산업에 투자를 집중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여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의 GBC 신사옥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부지매입 금액 외에 추가로 들어갈 비용을 합산하면 신사옥 건축에 최대 20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노조는 “신차 적기공급으로 미국과 중국시장 부진을 타개하고 급변하는 고객 트렌드에 대응해야 할 때”라며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서린 1조원을 3세 경영권 세습에 쏟아붓지 말고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미래차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현대차는 자사주 소각과 엘리엇의 공격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소각 추진 결정은 그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다각적인 주주환원 확대 방안 마련과 적정 주가 평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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