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4.29 09:46

김도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김도훈 원장

주부 백모(50세)씨는 몇 개월 전부터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빨래를 비틀어 짜거나 집안일을 무리하게 하면 여지없이 팔꿈치에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파스를 붙이면 견딜만했다. 하지만 요즘엔 물 컵만 들어도 통증이 느낄 정도였다.

그녀는 팔꿈치 통증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테니스엘보’였다. 평생 테니스를 쳐본 적이 없었던 백씨는 의사의 진단에 의아했다. 하지만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설명을 듣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도 집안일을 놓을 수 없다 보니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 중에는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질환명만 보면 특정 운동선수에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목수, 요리사 등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이 잦은 학생이나 직장인에게도 늘어나고 있다.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의 의학적 명칭은 상과염이다. 상과는 팔꿈치의 외측과 내측에 튀어나온 뼈로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많이 붙어 있다. 이 부위의 힘줄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 염증과 함께 힘줄이 뼈에서 들뜨거나 힘줄 내부에 미세한 파열이 발생하면 만성적인 통증이 생긴다.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외측상과염’을 테니스엘보, 안쪽이 아픈 ‘내측상과염’을 골프엘보라 부른다. 테니스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에게서 쉽게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질환은 40대 이후 중년 주부층에서 호발한다. 여성의 경우 팔과 손의 근력이 남자보다 약하기 때문에 가사노동 시 손목과 팔꿈치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팔꿈치 주위 근육과 힘줄에 손상이 발생하기 쉽다.

상과염이 생기면 팔꿈치 안쪽이나 바깥쪽이 뻣뻣해진다. 통증은 아래팔 쪽으로 뻗쳐나간다. 때문에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하기 어렵다. 걸레를 짜거나 물건을 강하게 잡기가 힘들어 진다. 심지어 병이 진행되면 방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돌리고, 머리를 빗거나 숟가락을 들기조차 힘들어진다.

증상 초기 상과염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통증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자각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통증부위를 찜질해 주고 소염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치료를 이용해 통증을 줄이고, 정상적인 염증 치유과정을 통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 치료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통증과 함께 힘줄 내부의 파열 상태가 지속되면 DNA 주사치료법을 활용한다. Polydeoxyribonucleotide(PDRN)이라는 물질을 손상부분에 주입해 약화된 근육이나 인대 조직을 강화시켜준다.

이러한 비수술 치료 후에도 통증이 재발하거나 통증은 심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불편감을 느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팔꿈치 부위를 절개해 병변부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수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이 개발되면서 피부절개 없이 관절내시경을 구멍으로 집어넣어 파열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시술 시간은 20~30분이며, 미세한 구멍을 통해 관절내시경을 넣어 시술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진행된다. 통증과 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없다. 염증과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무엇보다도 팔 부위 마취만으로 수술을 시행하므로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백모씨는 결국 미세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를 통해 그녀는 다시 주부 9단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전문의 김도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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