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01 09:19

현대그룹 필두로 두산·현대로템·삼표시멘트 등 물밑작업 착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공식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면서 침체됐던 국내 경제도 모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업계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열린 정상회담 당시 북한 전력발전 방안, 철도구축 계획 등 구체적인 남북 경협 구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조만간 ‘경협 특수’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지도 구상이 담긴 파일과 파워포인트(PT) 영상을 건네줬다"며 "그 영상 속에 발전소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히면서 남북 경제 공동체, 남북 철도 건설,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업, 남북 대륙·해양 잇는 교량국가로 공동번영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향후 경협 재개 시 대북사업을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 2000년 전력·통신·철도·비행장·댐·수자원 이용·명승지 관광 등 7대 대북 사업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경협 재개 이후 업계를 진두지휘 할 가능성이 크다.

◆ 북한 전력량, 남한 24분의 1 수준…두산그룹 발전사업 '눈독'

실제로 북한의 전력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기준 북한의 전력량은 216억kWh로 남한의 24분의 1에 불과하다. 노후화된 송·배전 시스템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은 이보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주로 수력과 화력발전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발전 설비 이용률은 약 30%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 인프라에 강점이 있는 두산그룹은 북한 발전소 전력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77.7%인 4조4647억원을 발전사업에서 얻은 만큼 대북 발전사업에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이 밖에 건설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발전·송배전용 전기장비를 생산하는 현대일렉트릭 등도 북한 발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노후화된 철도 인프라…철도 차량업체 현대로템 '기대감' 

북한의 철도 인프라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 연장은 2013년 기준 5300km로 우리나라보다 길지만 대부분 단선이고 노후화도 심각한 편이다. 북한의 철도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노선인데다 경제난으로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노선 건설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안정한 전력 수급 때문에 일반철도는 20km/h, 가장 빠르다는 국제철도도 45km/h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역과 강릉을 오가는 경강선 고속열차의 평균속도는 220km/h, 경부선도 160km/h에 이른다.

정부가 북한 철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 철도차량 업체인 현대로템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지난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보다 29.93%나 상승한 2만6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로템은 북한의 시장성이 큰 만큼 철도 사업이 추진될 경우 공급 입찰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 산책에 나서고 있다.<사진=청와대>

◆시멘트·레미콘 업계, 대북사업을 북방진출 교두보 삼을 듯

북한의 열악한 도로망을 개선하는 사업도 기업들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시멘트 등 기초 건재재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고속도로 역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북한의 도로 총연장(2만6176km)은 우리나라의 24%에 불과하고 고속도로 역시 균열과 배수불량 등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도로망을 개·보수하거나 신설할 경우 대단위 시멘트가 필요한 만큼 업계는 해안사가 선박을 이용해 동해안을 거쳐 자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을 본격화되면 삼표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등의 해안사들이 북한에 자원을 실어나를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해안사가 북측에 물량을 조달하면 국내 수요는 내륙사가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활기를 띄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는 북한 현지에 공장이 들어설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은 특성상 현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는 만큼 업계는 북한에 임시 공장을 짓고 북방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는 부산을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아시안 하이웨이(부산~모스크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청신호가 켜지고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경협 관련 업계는 그간 침체기를 겪고 있었던 만큼 남북경협을 통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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