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02 18:32

법무부에 중재의향서 제출…정부 미수용시 7월부터 제소 가능

<사진출처=삼성물산 블로그>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를 추진한다. 삼성의 합병에 대한 한국정부의 부당개입으로 한미 FTA를 위반하고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이유다.

엘리엇은 2일 대변인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발표문을 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전임 한국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의 개입은 엘리엇에 대한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우리정부가 합병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하고 정부에 협상을 요청한 상태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중재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절차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등 법정공방을 벌였지만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율 7.13%를 가진 3대주주였다.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했던 사실이 엘리엇의 ISD 추진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은 국민연금이 직권을 남용해 합병에 찬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문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혔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엘리엇은 “삼성의 합병 관련 스캔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한국 법원에서는 삼성 고위 임원과 고위 공직자에 대한 유죄선고가 잇따랐다”며 “박 전 대통령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 때문에 엘리엇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정부는 엘리엇이 제출한 중재의향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의향서에 정부 개입에 따른 구체적인 손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중재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앞으로 3개월 뒤인 7월 경 우리정부에 대한 제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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