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03 16:08

전문가들 "글로벌 부진 타개하려면 R&D 확대·신시장 개척 필요"

기아자동차 중국 합자법인 둥펑위에다기아 모델들이 지난 4월 17일(현지시각) 출시한 현지전략형 SUV신형 스포티지(즈파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4월 들어 중국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해 실적의 기저효과인데다 미국 등 주요 글로벌시장에서 부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판매회복을 노리려면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선행기술 확보, 신흥시장 개척, 잘못된 판매전략 수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 증가한 63만1225대를 판매했다고 3일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월간 판매량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12월(18.0%) 이후 무려 40개월 만이다.

그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던 현대기아차가 깜짝 반등에 성공한 것은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9% 증가한 10만3109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말부터 본격 시작된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등으로 지난해 4.6%라는 처참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 현대기아차, 중국 사드보복 전부터 점유율 꾸준히 하락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꼭 사드 탓을 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감소해왔다. 사드보복 2년 전인 2015년 이미 7.9%로 9%대 밑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7.4%, 그리고 지난해에는 5%도 안되는 점유율로 추락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이유는 사드보복 보다 신차 적기출시 실패, SUV 라인업 부재, 중국 현지업체와의 기술격차 축소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아자동차의 중국 주력모델인 엔트리 세단 '포르테'. <사진제공=기아자동차>

SUV 시장은 중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도 현대기아차의 주력차종은 엔트리급의 소형 세단이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중국 SUV 모델은 전체 14개 차종 가운데 단 4종 뿐이었다. 부진이 깊어지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과 올해 들어서야 뒤늦게 ix35, 엔씨노(국내명 코나), 이파오, 즈파오 등 SUV 현지 전략차종을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4월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도 SUV 차종의 신차효과 덕을 본 셈이다. 

◆ 미국시장 더 커지는데 현대기아차는 '나홀로 후진'

특히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시장인 미국에선 반전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한 165만5864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현대차는 10.9%나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는 전달에도 18.0% 판매량이 급감했다.

기아차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긴 했지만 미국 시장 전체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인 2.5% 늘어나는데 그쳤다.

◆ R&D 투자확대로 취약한 미래기술 확보하고 新시장 개척 나서야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를 저조한 R&D 투자규모와 잘못된 경영전략에서 찾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을 모방해 빠르게 추격하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특히 현대기아차는 주요 글로벌 업체에 비해 R&D 투자 규모가 떨어져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현대차가 10조를 들여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인 뒤 이듬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이 비용을 R&D에 투자했다면 신차 20여종을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특히 현대차가 미래를 이끌 핵심기술로 내세운 수소전기차 역시 인프라 확보 문제로 아직 먼 이야기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는 자동차산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이지만 현대차 주장대로 빨리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라며 “양산체제를 만들었지만 연간 3000대 수준이고 가장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도 수소충전소는 34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시장파악과 신차 적기출시에 실패하고 시장개척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현대기아차는 그간 미국과 중국 등에서 신차 적기 출시에 실패했다”며 “대중브랜드는 품질과 가격, 마케팅 전략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실상 주력시장에서 극적인 판매회복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동남아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한다”면서도 “연간 100만대 규모의 동남아 시장은 이미 일본브랜드가 90%를 장악하고 있어 현지공장 설립 등 과감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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