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03 17:49

사측 "경영위기로 임금인상 제한적...역지사지 하자"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대표들이 3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첫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노조는 여름휴가 전까지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도 교섭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노조는 협상에 앞서 지배구조 개선안과 자사주 소각 등을 놓고 사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노조는 3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사측에 요구안 전폭 수용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하부영 노조지부장은 “불필요하게 교섭차수를 늘리기보다 압축교섭으로 올해 임단협에 전념하자”며 “이를 위해 사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지부장은 이어 “몇 년째 계속된 연봉하락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조합원들의 성과급 및 임금성 요구가 어느때 보다 강하니 사측은 이를 잘 감안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사측 교섭대표인 하언태 대표이사는 “위기일수록 노사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올해 단체교섭에 임하자”고 답했다.

이날 상견례를 마친 노사는 실무협의를 통해 2차 교섭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며 다음 교섭부터는 양보없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을 세우고 임금 인상의 명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협력사 노동자들과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임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자신들의 임금은 5.3% 올리고 사내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은 이보다 높은 7.4%를 적용해달라는 내용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담았다. 특히 2.1%의 인상률 차이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률에 반영해달라는 요구도 더해졌다. 이 밖에 실 노동시간 단축과 조건없이 정년 60세 보장 등의 요구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에 반해 사측은 경영환경 악화 및 영업이익 감소에 따라 임금성 복지혜택을 줄이자고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 6813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5%나 급감했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물론 판매량, 매출, 영엉이익률, 경상이익, 순이익 등 모든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과 자사주 소각 등 경영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노사 갈등이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이 지난달 2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구 9600억원을 소각하기로 하자 노조는 곧장 대자보를 내고 “사측은 미래 투자개발과 인프라 구축은 하지 않고 우호지분 확보로 오직 정의선 경영승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세습을 위한 꼼수를 버리고 미래 먹거리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만큼 경영난으로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사측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과 관련해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현대차지부 모비스위원회는 분할합병 저지투쟁을 위한 특별교섭 요구를 사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모비스위원회는 지난 16일 대자보는 통해 “현대모비스의 AS부품/모듈 사업부문을 현대모비스에 합병하는 이사회의 결정을 공식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며 “모비스위원회는 물론 현대차지부 5만조합원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분할합병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2사 1노조로 현대차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분할합병은 단체협약 제40조, 제41조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며 향후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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