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0 05:48

먹거리 반도체뿐…과감한 규제완화로 혁신성장 불 지펴야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열린 SK그룹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 기간 동안 기업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지배구조 개선과 동반성장, 신규투자, 노동친화정책 등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기업정책은 바람직하지만 보완책이 미비해 전반적인 기업활동은 다소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주력업종들의 매출은 5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는 규제완화 노력으로 국내 산업동력을 되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정부가 내세운 혁신성장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공정위 재벌 개혁 주문에 너도나도 ‘코드맞추기’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크게 변화한 기업환경 가운데 하나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꾸준히 기업의 자발적 개혁을 압박해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철저한 혐의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출자순환고리와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비롯해 상생협력, 주주권익 강화 등에 적극 나서며 정부와 코드를 맞춰왔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변동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기준 순환출자 고리는 6개 집단에서 41개가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3년 9만7658개에서 2014년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82개까지 줄었고 특히 김 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1년 사이 241개가 감소해 현재 41개만이 남았다.

현재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는 대기업집단은 삼성(4개), 현대차(4개), 현대중공업(1개), 영풍(1개), 현대산업개발(4개), SM(27개) 등이다. 현대차는 최근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고 올해 안에 모두 해소하겠다고 밝혔고 삼성 역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새정부 들어 순환 출자고리를 가장 많이 끊어낸 대기업집단은 롯데다. 롯데의 순환출자고리는 지난 203년만 해도 9만5033개나 됐지만 지분매각과 2차례의 분할‧합병으로 모두 해소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기조를 의식한 대기업들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쏟아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외국인 사외 이사 선임, 주식 액면 분할, 투명경영위원회 운영 등의 안건을 통해 자발적인 개혁에 동참했다.

특히 재계 1위의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올해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 시행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 가액은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됐다.

◆ 김동연 부총리 다녀가면 대규모 투자·일자리 창출 ‘선물 보따리’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자발적 개혁은 물론 투자와 일자리 창출, 협력사와의 상생 등을 대기업들에게 주문해왔다.

이에 따라 LG,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김동연 부총리를 만날 때마다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세 그룹이 정부에 약속한 투자액과 일자리는 각각 122조원과 8만30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2일 대기업 처음으로 김 부총리를 만난 LG는 올해 19조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 인력 1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이어 올해 1월 17일 김 부총리와 만남을 가진 현대차는 미래차 분야에 5년간 약 23조원을 투자하고 신규 일자리 4만5000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SK도 5개 신사업 분야에 올해 27조5000억원 등 3년간 80조원을 투자하고 일자리 2만8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열린 SK그룹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성장 발목잡는 노동·규제정책은 ‘글쎄’

‘촛불혁명’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내세워 각종 친노동 정책을 쏟아냈다. 이 같은 노동개혁은 지난 정부들보다 확연히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한편으론 현장의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밖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핵심 노동정책들도 발표했다.

특히 16.4% 인상된 최저임금(7530원)과 노동시간(주 52시간) 단축을 놓고 재계는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은 최저임금 관련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산입범위 확대’(45.2%)와 ‘인상속도 조절’(41.4%)를 꼽았다. 최저임금 결정 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할 사항으로는 ‘일반근로자의 임금수준 및 인상률’ 43.3%, ‘사용자의 지불능력’ 31.8%, ‘노동생산성’ 31.8% 으로 응답했다.

또 재계의 요구사항인 ‘규제개혁’ 역시 여전히 제자리걸음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출범 6개월이 지난 작년 11월이 넘어서야 혁신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은 규제완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운수장비, 화학, 철강금속 등 주력업종들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5년 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호실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종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439개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두 기업의 영업이익 합은 나머지 기업들의 총합을 추월했다. 또 두 기업을 빼면 5년전 보다 매출액은 2.2% 줄고 영업이익증가율도 3/1 수준인 27.8%로 급감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첨단 산업분야에서의 글로벌 존재감이 약하다”며 “규제개혁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의 기업정책을 정확히 평가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아직 규제완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글로벌 경기의 호황을 우리경제가 얼마나 이용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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