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09 18:50

사측 경영설명회·2차 임단협 진행...총수일가 배당금도 거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자사주 소각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자사주 소각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측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임금성 복리후생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자사주 소각 방침으로 미뤄볼 때 경영위기는 모순이라며 맞섰다.

현대차 노조는 9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사측의 경영설명회를 포함한 2차 단체교섭을 진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사측이 경영악화에 따른 양보를 요구하자 노조 교섭위원들은 9600억원에 이르는 자사주 소각 계획을 근거로 “경영위기는 엄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부영 노조지부장은 “사측의 세계시장 요구에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해 2014년 이후 경영이 하락세”라며 “이에 따라 조합원 연봉도 하락한 만큼 경영 설명을 정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과 연계한 자사주 소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언태 대표이사는 “자사주 소각방침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과 관련없다”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에서 관여할 수 없고 모비스 분할합병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매년 어렵다는 핑계로 노동자에겐 인색하면서도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인 총수일가는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일가가 배당금으로 챙겨간 액수는 무려 1272억원이다.

노조가 사측의 자사주 소각 건을 문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의 수가 줄기 때문에 남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고 주주들의 배당금도 올라간다. 특히 노조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주식 배당금은 과거 주당 1000원에서 4000원으로 상승해 지급되고 있고 배당금 규모도 영업이익의 26%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천문학적인 배당금이 돌아가는 만큼 노동자들에게도 공정하게 수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노조는 앞서 사측이 지배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발표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건 역시 정 회장 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분할법인 가치비율이 참여연대가 분석한 60%로 매겨지지 않고 현대차그룹의 주장대로 40%가 적용된다면 총수일가는 20% 할인된 편법증여로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분할법인 가치비율이 40%로 진행되면 주주 손해액은 약 4.59조원에 이르지만 총수일가는 약 4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해외연수 축소와 비용성 복지혜택 축소 등 조합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주주들만 배를 불리는 자사주 소각 방침은 사측의 경영위기 주장에 진정성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오는 16일 열릴 노사의 3차 단체교섭은 노조의 요구안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