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1 12:09

법무부, ISD 중재의향서 공개…"관계부처 합동 적극 대응할 것"

<사진출처=삼성물산 블로그>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 소송)를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약 70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한·미 FTA에 근거해 지난달 13일 접수한 ISD 중재의향서를 11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법무부가 공개한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엘리엇은 "피해액이 현 시점에서 6억7000만달러(약 7182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 외에 이자와 비용, 중재재판소가 적절히 여기는 수준에서 다른 구호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4쪽 분량의 중재의향서에서 피해 액수를 산정한 구체적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또 엘리엇은 “FTA에 따라 전임 정부가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도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중재의향서는 본격적인 ISD 절차에 돌입하기에 앞서 분쟁사실 등을 알리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다. 실제 중재 제기는 중재의향서 접수 이후 9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한미 FTA에 따라 중재의향서가 접수되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한민국 정부는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진행되는 절차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엘리엇의 중재의향서를 토대로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등 법정공방을 벌였지만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율 7.13%를 가진 3대주주였다.

엘리엇은 이 같은 합병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자신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했던 사실이 밝혀진 후 엘리엇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에 연관된 고위공직자 및 삼성 고위임원에게 잇따라 유죄가 선고된 것을 근거로 피해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고 임시주총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삼성의 사례처럼 외국인주주들과 공조체제를 갖출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첫 출발부터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