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3 05:32

중국에 주요 생산·R&D기능 집중돼 있어 실효성 없을듯

백운규(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자동차산업협동조합 회의실에서 베리 앵글(오른쪽) GM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함께 상호협력 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부와 GM 간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관련 협상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에 이 지역의 GM 점유율이 매우 적은데다 정작 GM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빠져있어 여론무마용 생색내기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10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의 8000억원 출자를 골자로 한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GM 아태지역본부를 국내 신설하는 ‘산업부-GM간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규 자금지원과 지역거점 마련으로 한국지엠은 미래차 개발 및 생산분야에서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GM 본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유치해 한국지엠의 위상을 높이고 이 지역의 생산‧판매 및 기술개발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지역본부는 이 지역 생산기획과 지역전략을 총괄하고 본사의 물량배정 등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연구개발과 디자인센터의 역량을 높여 핵심부품과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지역을 관할했던 싱가포르의 GMI가 올해 1월 중남미 본부와 합쳐지면서 현재 GM의 아태지역본부는 사라진 상태다.

문제는 지역본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한국지엠이 아태지역에서 맡은 물량이 얼마 되지 않고 거점구성에서 핵심시장인 중국은 제외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거점 설치와 관련해 “GM을 국내에 붙들어놓으려면 구심점 있는 조직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지엠과 GM의 수출량을 보면 아태지역의 물량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라며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GM의 아태지역 주요국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한국을 빼면 1%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GM의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사업장들의 물량과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태지역이 이미 GM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지역거점이 생기더라도 역할 수행에 제약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GM이 국내 시장에 출시 예정인 중형SUV 이쿼녹스. <사진츨처=미국GM 홈페이지>

GM은 지난해 북미지역과 중국에서 각각 247만대와 418만대를 생산한 반면 아태지역과 한국을 포함한 ‘기타지역’에서 생산된 물량은 200만대 수준이었다. 특히 기타지역 판매량인 18만여대 가운데 무려 13만여대는 한국에서 팔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본부 유치로 한국지엠의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GM의 약속과는 달리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기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한국지엠이 강도 높은 GM 본사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은 소형차 연구개발능력과 생산능력 때문”이라면서도 “중국을 주력으로 택한 GM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은 물론 연구개발 기능까지 상하이지엠으로 옮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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