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2.17 10:33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는 상황, 즉 성어 당랑포선(螳螂捕蟬)의 내용을 그린 중국의 그림이다. 안에서 벌이는 싸움,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면 닥치는 것은 커다란 위기다.

안에서 일어나는 분란, 그로써 도저해지는 위험을 가리킬 때 우리는 이 내홍(內訌)이라는 한자 단어를 곧잘 쓴다. 외부의 요소도 문제지만, 때로는 안에서 부른 혼란과 분쟁만으로도 무너지는 때도 많다. 그런 내홍의 정점은 소멸(消滅)이다.

내홍(內訌)이라는 낱말을 이루는 두 글자 가운데 뒤가 문제다. 이 글자는 왜 분쟁, 다툼, 싸움, 분란, 혼란 등의 새김을 얻었을까. 글자 모습으로 보면 ‘말’을 가리키는 言(언)과 공사(工事), 작업 등을 일컫는 工(공)의 합성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사를 벌일 때 벌어지는 다툼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초기 형태의 이 글자도 지금 모습 거의 그대로다. 그러나 뒤의 工(공)이라는 글자를 공사(工事)로 풀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고문자(古文字)에서 이 글자는 곧잘 ‘크다’라는 뜻의 巨(거)라는 글자와 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맥락에서 풀자면 사람이 큰 목소리의 언쟁으로 다툰다는 뜻이다.

아무튼 이 글자는 사람이 서로 다투는 뜻을 일찌감치 얻었다. 따라서 내홍(內訌)이라고 적으면 안의 사람들끼리 서로 큰 목소리를 내며 다투는 일, 내부 구성원 사이의 다툼, 안에서 번지는 분쟁 등의 의미다. 내란(內亂), 내분(內紛), 내쟁(內爭) 등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쓰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蕭墻(소장)이라는 중국식 건축에도 주목할 만하다. ‘조용한(肅)’ 담장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옛 중국의 건축 양식 중 하나다. 집 내부의 공간 중 안과 밖을 차단하는 조그만 담이라고 보면 좋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툼으로 인해 생기는 재앙이 蕭墻之禍(소장지화)다. 밖에서 닥치는 위험에 못지않게 그 자체가 커다란 혼란을 부를 수 있고, 심지어는 내부의 단결이 모두 깨짐으로써 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따라서 안에서의 다툼은 예로부터 거의 ‘1호 경계 대상’으로 여겨졌다.

천 리에 이르는 긴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에 무너진다(千里之堤, 潰於蟻穴)고 하지 않았던가. 안에서, 조그만 부분에서, 하찮게 보이는 구석에서 틈은 벌어지고 급기야 전체가 모두 무너지는 결과도 빚는다. 그러니 그런 다툼은 특히 경계해야 옳다.

鷸蚌相爭(휼방상쟁)이라는 성어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도요새(鷸)와 조개(蚌)가 다투는 구조다. 조개를 먹어치우려는 도요새와 그에 맞서는 조개의 싸움 결말은 뻔하다. 바로 어부지리(漁父之利)다. 그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둘을 잡아들인다는 스토리다.

사마귀가 매미를 노린다. 그런 사마귀 뒤에는 누가 있을까. ‘螳螂捕蟬, 黃雀在後(당랑포선, 황작재후)’의 성어가 그려내는 모습이다. 여기서 黃雀(황작)은 참새라고 봐도 좋다. 그러나 스토리는 다시 이어진다. 사마귀를 노리는 참새 뒤에는 다시 사냥꾼이 버티고 있는 정경이다. 눈앞의 이익을 노리고 다투는 존재 뒤에 그를 노리는 이가 늘 있다는 경구다.

우리의 경우가 딱 그렇다. 내부의 정쟁이 늘 불붙는다.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치인의 눈에는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큰 어려움이 들지 않는다. 당장의 먹잇감에만 눈독을 들이는 쥐의 안목과 다를 바 없다. 그를 가리키는 성어가 鼠目寸光(서목촌광)이다.

안팎으로 다 어렵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적는다. 밖의 어려움은 안의 화합으로 이겨낼 수 있으련만 그 정도의 틀이 우리에게는 없는 모양이다. 우리 뒤를 거둘 사마귀와 참새, 사냥꾼은 누굴까. 얼어붙는 겨울 날씨에 우리는 어느덧 매미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한자 풀이>

訌 (어지러울 홍): 어지럽다. 무너지다. 뒤숭숭하다. 왁자지껄하다. 집안싸움. 내부의 분쟁. 왁자지껄한 소리.

蕭 (쓸쓸할 소, 맑은대 쑥): 쓸쓸하다. 시끄럽다. 바쁘다. 바람이 불다. 떨어지다. 말이 울다. 맑은대쑥(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물건 소리.

堤 (둑 제, 대개 시): 둑, 방죽. 실굽(그릇의 밑바닥에 가늘게 둘려 있는 받침). 밑, 밑바닥. 둑을 쌓다. 대개, 개략(시). 대강, 대충(시).

潰 (무너질 궤, 바다 기운 해): 무너지다. 흩어지다. 문드러지다. 무너뜨리다. 어지럽다. 이루다. 성취하다. 성내다. 바다 기운(해).

鷸 (도요새 휼): 도요새. 물총새. 새매. 빨리 나는 모양.

蚌 (방합 방): 방합. 펄조개.

螳 (버마재비 당, 사마귀 당): 버마재비. 사마귀.

螂 (사마귀 랑, 사마귀 낭): 사마귀. 쇠똥구리.

蟬 (매미 선, 날 선, 땅 이름 제): 매미. 날다. 뻗다, 펴지다. 잇다, 연속하다. 겁내다, 두려워하다. 아름답다. 애처롭다. 땅 이름 (제).

雀 (참새 작): 참새. 다갈색. 뛰다.

 

<중국어&성어>

内讧(內訌) nèi hòng: 뜻은 본문 참조.

萧墙之祸(蕭墻之禍) xiāo qiáng zhī huò: 본문 참조. 萧墙祸起 xiāo qiáng huò qǐ 등으로도 적는다.

鹬蚌相争,渔(漁)翁得利 yù bàng xiāng zhēng,yú wēng dé l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부지리(漁父之利) 고사의 내용이다.

螳螂捕蝉(蟬),黄雀在后(後) táng láng bǔ chán ,huáng què zài hòu: 본문 참조. 제법 많이 사용하는 성어다.

鼠目寸光 shǔ mù cùn guāng: 한 치 앞만 내다보면서 움직이는 쥐의 안목.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사람, 또는 그런 경우 등을 일컫는 성어. 많이 사용한다.

内忧(內憂)外患 nèi yōu wài huàn: 안팎으로 맞이하는 어려움과 재난. 국가나 사회, 개인의 경우에도 두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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