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5.14 17:33

가족들 "남에서 살겠다 하면 두고 올것…만나게만 해달라"

지난달 18일 평양시 서성구역 상신동 81반 3층 3호 서모 양의 집에서 지난 2016년 4월 남쪽으로 온 ‘12명의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가운데 6명의 어머니들이 모여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딸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울먹이고 있다.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지난 2016년 4월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 등 총 13명의 집단 탈북과 관련, 최근 '기획 탈북'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방북해 평양을 취재한 진천규 재미언론인을 만나 북한 가족들의 심경을 들어봤다. 

당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기여서 일각에서는 '기획탈북' 의혹이 일었지만, 정부는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 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진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진 언론인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4월 11일부터 21일까지 11일 동안 북한을 방문 취재하는 동안 ‘집단탈북 의혹’ 여종업원의 가족을 평양에서 만났는데 그들은 한결 같이 "탈북할 이유가 없다"며 "남한에서 살겠다고 한다면 두고 올테니 한번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호소했다"고 전했다.  

탈북 여종업원 서모 씨의 어머니 리금숙(48) 씨 집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총 6명의 가족이 참여해 자신들의 심경을 밝혔다. 

 

앨범 펼쳐 보이며 이렇게 화목하게 살았는데 탈북 이유 없어

"제 발로 갔다면 제 발로 돌아올 수도 있는것 아닌가" 절규

"우리는 화목한 가정이었어요. 국가는 둘째치고 우리 애가 가족을 버리고 갈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4월 18일 진천규 재미언론인이 '기획탈북 의혹' 여종업원 서 모씨의 평양 집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머니인 리금숙(48) 씨는 딸의 '자진 탈북'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같이 모인 다른 탈북 여종업원 어머니들도 한결같이 어느 날 갑자기 남한으로 넘어가 생사도 모르게 된 딸의 소식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들은 저마다 간직해 온 가족 앨범을 펼쳐 보이며 "이렇게 잘 살던 아이가 갑자기 남한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울먹였다.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탈북종업원들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18일 평양시 서성구역 상신동 81반 3층 3호에서 탈북 여종업원의 가족들이 모여 딸들이 북쪽으로 돌아오길 기원하고 있다. 종업원 한 모씨의 어머니 김정희(왼쪽부터·60)씨· 지 모씨의 어머니 김정실(54)씨·서 모씨의 어머니 리금숙(48)씨·김 모씨의 어머니 강금숙(54)씨·류 모씨의 어머니 리금란(52)씨·리 모씨의 어머니 지춘애(62)씨.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리 씨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고 둘 다 귀하게 키웠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됐다"며 흐느끼면서 "우리는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탈북 여종업원 리 모씨의 어머니 지춘애(60) 씨도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며 "만약 제 발로 갔다면, 제 발로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남쪽에서 살겠다고 하면 두고 오겠다. 만나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8일 평양시 서성구역 상신동 81반 3층 3호에서 탈북 여종업원들의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훔쳤다.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탈북 여종업원 사건은 지난 2016년 4월 8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중국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이 자의적으로 집단 탈북을 감행해 남한으로 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종업원들을 이끈 지배인 허강일씨는 지난 1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국정원에 포섭된 자신이 종업원들을 데리고 왔다고 주장했다. 허 씨는 "종업원들은 내가 '숙소를 옮긴다'는 말에 따라온 것일 뿐 탈북하는지도, 한국에 오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남측 국정원 요원과 접촉했던 상황을 자세히 얘기했다. 허 씨는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 집단 탈북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고 대통령이 이 소식을 기다린다며 '살려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국정원 직원이 '큰 작전이 있다'라기에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지 알았더니 결국은 총선. 그 선거를 이기겠다고 조작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당시 국정원 측이 집단 탈북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미여서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것으로 전망된다. 

또 허 씨는 "국정원 직원은 애초 2016년 5월 30일이 귀순일이었는데 갑자기 4월 5일에 무조건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5일 중국을 떠났고 6일 말레이시아를 거쳐, 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남한에) 와보니 그날이 총선 닷새 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평양시 서성구역 상신동 81반 3층 3호에서 탈북 여종업원들의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훔쳤다.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이와 관련 수년간 북한을 방문 취재한 진천규 재미언론인은 "보통 북한 사람이 남한으로 들어오는 데는 2~3달이 소요된다"며 "단 며칠 만에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 자력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딸의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개인의 의견을 묵살하고 통제할 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이 그랬듯 판문점에서라도 종업원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해, 그들이 직접 거취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4일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이 자유의사에 따른 게 아닌 국정원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송 가능성 및 판문점선언 '인도적 문제'에 해당 사안이 포함될 수 있냐는 질문에 "제가 해석할만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탈북 여종업원의 어머니 리금숙 씨가 딸 서모 씨가 압었던 옷들이라며 옷장을 열어 보이고 있다.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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