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4 17:07

팔릴 만한 경쟁력 갖춘차 없어…"정상화 진정성 의문"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경영정상화의 첫 발을 내디딘 한국지엠이 내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로드맵이 빈약해 구호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지엠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GM과 산업은행의 신규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신차 2종을 생산하고 흑자로 전환할 예정이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은 한국에서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 노동조합 및 협력사 파트너들과 함께 임직원을 포함한 회사, 나아가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경영 정상화 방안의 토대를 마련해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오후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협상결과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LOC(금융제공확약서)를 GM에 발급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약 8000억원을 한국지엠에 새로 출자하기로 했다. 반면 GM은 기존 차입금 28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하고 28억달러를 새롭게 빌려주기로 약속했다.

특히 GM은 한국과 주요 수출시장을 겨냥한 신형 소형 SUV(트랙스 후속)의 디자인과 개발, 생산을 한국지엠에 맡기기로 했다. 이 차종은 오는 2020년부터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또 한국지엠은 신형 CUV 제품도 2022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며 글로벌 차종을 위한 3기통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의 개발과 생산도 맡는다. 특히 한국지엠은 우선 내년부터 국내공장의 생산량을 연간 37만대까지 감축한 뒤 2022년부터 다시 50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28억달러라는 기록적인 국내 투자를 통해 직간접으로 고용된 20만개의 일자리를 지키게 됐다”며 “비로소 한국지엠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자평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이 같은 정상화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잇따고 있다. 신차 2종 배정 외에는 이렇다 할 정상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데다 이마저도 흑자전환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는 2020년이나 되야 배정되는데 앞으로 2년간은 먹거리가 전혀 없는 셈”이라며 “자동차회사가 흑자를 내려면 판매량을 늘리는 것뿐인데 한국지엠은 팔릴만한 경쟁력 갖춘 차가 없어 쉽지않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근본적인 원가구조 개선없이 대출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만 8000억원을 출자했기 때문에 GM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신차를 배정하더라도 이미 땅에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서 판매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주력시장은 유럽과 미국이지만 유럽 수출길은 이미 거의 막혔고 픽업트럭과 SUV 위주인 미국시장 역시 승용차 중심의 한국지엠은 고전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신차가 나오는 2022년에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을 2850명이나 내보내며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현 상황을 봐선 미래가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한국지엠 관계자는 “스파크‧말리부 페이스리프트, 이쿼녹스 등 향후 5년간 신차 15종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힘든 상황이지만 고객 마케팅 활동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늘려 판매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 등은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여명이 회견장에 들어와 참관을 요구하자 사측은 직원안전을 위해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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