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8.05.15 06:00

하윤수 회장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교육 민낯 경험한 1년...교육정책 결정장애"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 풍토 조성을 위해 우리 겨레 스승인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정해진 뜻깊은 날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 하윤수 회장을 만났다. 경남 남해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는 중 2학년 때 도식락을 처음으로 싸갈 정도로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하 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이다. 그의 조부는 독립선언서 서부경남 배포 책임자로 활동했다. 그 이유로 3년간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그의 부친도 조부와 독립운동하다 다리에 총탄을 맞아 평생 불편한 몸으로 생활했다. 

그래서일까. 애초 그의 꿈은 인권변호사였다.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들어가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던 중 일본 오사카대 객원연구원 시절 전공을 '민법'에서 '교육법'으로 바꿨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교육법을 공부해 교육의 틀을 탄탄히 다지고 선생님들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심산이었다. 그 시절 공부, 그 때 전공이 부산교대 총장을 거쳐 교총회장까지 이어졌다.

요즘 스승의 날은 예전 같지 않다. 선생님, 학생, 학부모 모두 불편하다고 말한다.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주장, 심지어 폐지청원까지 나온다. 하 회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를 만나 스승의 날에 대한 소회, 교육현안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다. 

학교 현장을 방문해 '안경 장학금'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하윤수 교총 회장 모습

다음은 하윤수 교총회장과 일문일답.   

- 스승의 날 축하드린다. 교총회장으로 스승의 날 맞는 소감은? 

▲교총이 스승의 날 제정에 노력했고, 폐지됐던 스승의 날을 1982년에 부활시켰다. 그런데 스승의 날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이 많아 참 씁쓸하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이후 카네이션 꽃 한송이도 마음 놓고 표현하기도 어렵지만, 받는 것도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다(국민권익위원회 해석에 따르면, 학생 개인이 교사 개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권익위는 다만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이나 꽃은 사회상규상 허용된다고 해석했다). 교권추락도 가속화돼 더 그렇다. 일각에서 스승의 날 폐지 국민청원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교육자 역할을 생각하면, 스승의 날은 의미가 매우 크다. 이제 과거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서 벗어나 스승의 날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날로 기념해주었으면 좋겠다.

- 교사를 '노동자', '교사', ‘선생님’, ‘스승’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떤 호칭이 마음에 닿는가.

▲ 한국적인 정서와 의미, 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스승이 가장 바람직하다. 스승은 지식의 전수와 함께 지혜를 나누며 사람을 만들어가는 가장 상위적인 총체적 호칭이다. 그래서 기념일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이다.

- 교권추락,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해결책은?

▲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전수를 넘어 스승과 제자간의 교육적·인간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매우 독특한 관계다. 스승에 대한 신뢰와 존경,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교권침해는 이런 교육적 요소들을 한방에 무너뜨린다. 최근 교권침해가 더 증가하고 강도도 세지고 있어 더 문제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는 모멸감, 자괴감 등으로 교육활동을 제대로 못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생, 학부모가 우선 교권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안이 발생해도 교육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정도를 넘어서는 교권침해 예방을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교단 활력 부족, 교직 소명과 열정 부족 지적이 있다. 대안이 있다면? 

▲ 교단 활성화 중심은 교육자다. 사명감, 열정이 넘치도록 여건과 제도를 고치고 신뢰를 보내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 제일 안타깝다. 교육자도 더 많이 연구하고, 더 열심히 가르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교권을 존중하고, 신뢰를 보내 교원사기가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법과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교육은 결국 사람이다. 

-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됐다. 교육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많이 바뀐다. 예상은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현실과 이상속에서 교육의 민낯을 경험한 1년이다. 혁신적 공약이 교육현실과 부딪치며 엄청난 파열음을 냈다.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육정책 결정장애’를 드러냈다. 정부 교육정책에 불신이 확산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진보 성향 인사중심으로 논의구조, 의사결정 기구를 확대했다. 이는 결국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중립성, 객관성을 떨어뜨려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잘못하거나 아쉬운 대목이 많다. 특히 교육정책 혼선이 그렇다. 2021학년도 수능개편 유예,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유예, 초등한자 병기 철회 등이 대표적이다. 갈등조정능력도 부족하다. 외고·자사고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등이 그런 사례다.

- 교총은 정부의 대입제도 논의구조, 개선 방향에 비판적이다. 교총은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갖고 있나? 

▲ 교총은 기본적으로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수능을 통한 대학입학이 중요한 만큼 전면적인 절대평가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또 공정성 논란이 있는 학생부종합전형도 보완책을 마련하고, 정시와 수시 비율도 적정선으로 조정해야 한다. 완벽한 제도와 정책은 없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논의 중인 대입제도 개편은 우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국가교육회의 및 산하 위원회 구성 인사들의 현장성, 전문성 부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 4년 전 교육감 선거는 대부분 전교조 출신이 차지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교총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또 어떤 교육감이 당선하길 바라나?

▲ 2010년과 2014년 교육감 선거는 선거공학적인 면들이 많이 부각됐다. 진정한 교육선거로 보기 어려웠다. 일명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도 더해져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과거 전철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 국민들에 비해 교육현장의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런 만큼 교육현장을 잘 알고 교육자가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장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교육감이 뽑혀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현장을 이념과 정치가 왜곡하는 일이 많았다. 이념과 정치를 교육에 공식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교육감직선제다. 이래서는 교육이 결코 교육현장 중심이 될 수 없다. 해서, 지금은 교육현장을 잘 아는 ‘현장성’, 교육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성’, 이 세 가지가 지금 우리 교육현장이 가장 바라는 교육감의 모습으로 정의하고 싶다. 교총은 선거운동, 정치활동을 못한다. 다만, 교육적 활동을 통해 선거에 녹여내려 하고 있다. 바람직한 교육감상을 제시하고, 교육현장 요구를 담은 교육감선거 공약을 만들었다. 교육감 후보자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감상과 공약을 전달하고 선거공약에 반영시키고 당선 후에도 실천할 것으로 요구할 것이다.

'밥퍼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하윤수(가운데) 교총 회장과 교총 임직원들 모습

- 교총은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를 주장한다. 현실 가능한가? 교총의 교육감 선출제도 방안은?

▲ 교육감 직선제 폐단으로 직선제 폐지 여론이 많다. 헌법이 정한 교육 가치 실현을 위해서도 더 그러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제도를 다른 방안으로 조정하거나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고, 국회의 정치적 역학 구도도 이를 어렵게 하고 있어서 쉽지 않다. 또 그동안 대안으로 제시한 제도들도 대부분 일정부분 문제점을 안고 있어 단정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여의치 않다. 보다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 교총에 대한 질문이다. 회장님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총이 학부모, 지역사회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한 방안이 있나?

▲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총회장이 된 후 더욱 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희망의 사다리 교육’ 실현에 앞장설 생각이다. 저부터 참 어렵게 컸다. 교육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지금도 어렵고 힘든 아이들이 많다. 교총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전국 교육자를 대상으로 성금을 모금해 학생을 도와주는 ‘1교사-1학생’ 결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학교를 직접 방문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안경을 제공하는 ‘안경장학금’ 운동도 하고 있다. 눈이 잘 보이면 학업도 올라가기 때문에 ‘장학금’이라고 붙여봤는데, 그동안 특수학교, 특성화학교 등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니 참 좋아했다. 교육자로서 제자들이 좋아하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앞으로도 ‘가르칠 맛 나는 학교, 학생과 선생님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는 이런 활동들이 학생, 학부모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본다. 교육적인 부분에서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학생과 학부모, 사회를 사랑하는 다양한 봉사 및 배려, 희생하는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분명 교육과 교육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교육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자와 학생,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 교육은 교육자 혼자 할 수 없다. 지금은 교육도 우리사회도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교육공동체 협력이 중요하다. 교육과 교육자, 학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교육적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행동과 실천에 앞서 재삼재사(再三再思)하는 신중함도 중요하다. 특히 교육자의 교권을 존중하고 신뢰를 더욱 더 보내주었으면 한다. 우리 교육자들도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노력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이번 스승의 날은 그 취지를 생각하고, 그동안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 학부모간에 일어난 아픈 일들을 반성하며, 진정한 교육적 본질이 무엇이고 바람직한 교육적 관계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미래를 위해 함께 걸어가는 따뜻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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