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5 16:34

1조5600억원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노동자에 투자해야

하부영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지난 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자사주 소각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사내유보금을 동원한 자사주 소각은 ‘제2의 한전부지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사측에 경고했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중심정책은 영업이익을 외국투기자본에게 내주는 결과를 낳고 결국 경영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특히 노조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소각에 쏟아붓는 1조5600억원을 수소충전소와 미래자동차에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하부영 지부장 명의로 15일 성명을 내고 “투기자본인 엘리엇을 달래기 위한 자사주 소각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미래차 사업에 집중 투자할 시기에 자사주 소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결정이므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현대차‧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소각과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은 과거 한전부지 사태를 재현할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4년 9월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이며 큰 논란이 됐다. 부지매입 시기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경쟁력 갖춘 신차개발 대신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노조는 현대차가 자사주 소각에 투입하는 9600억원을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쓰면 1기에 35억원이 드는 수소충전소를 274개를 설치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6000억원까지 합치면 445기를 구축할 수 있어 한국이 세계 최고의 수소차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중심정책은 회사의 대외 종속 심화를 불러와 노동분배를 줄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불로소득인 주주의 배당을 늘리고 노동자의 몫을 줄이는 주주중심정책은 인적 구조조정 위기를 촉발해 경영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기업의 새로운 가치는 노동력을 투입할 때 발생하는 만큼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성과분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사업이 현대글로비스로 넘어가는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제동을 걸었다. 현대글로비스는 모듈과 부품을 책임질 수 없는 물류회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하청을 받아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며 “현대글로비스는 연구개발과 기술수준에 ‘제로’에 가까운데도 완성차 품질을 결정하는 모듈사업을 통째로 이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리콜문제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부품품질을 올려야 할 때”라며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 자사주 소각도 철회 가능한 일거양득”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미국식 주주우선정책은 미래경쟁력 확보보다 단기적 실적향상과 주주배당의 확대로 심각한 경영위기와 부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3세 경영세습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침으로 외국투기자본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이상 현대차는 점점 더 위기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도 “자사주 소각은 노동자들에게 분배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사측을 몰아붙이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주주들에게 쏟아붓는 만큼 노동자들에게도 공정하게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의 3차 교섭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모비스위원회는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서울 역삼동 본사 앞에서 37일째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는 요구 관철을 위해 총파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압박강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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