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6 17:05

모비스 존속법인 영업익 '제로'…"분할합병으로 지주사규제 회피"

1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과 관련해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총수일가(정몽구·정의선)가 이익을 보고 그만큼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는 1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적정성 평가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 회계사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 면에서 검토했다.

홍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를 전체 현대모비스 가치의 40.12%로 산정했다”며 “분할법인의 실제 본질가치보다 저평가됐다면 총수일가는 2000억원 이상의 부를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홍 회계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존속법인은 영업자산 규모가 분할법인보다 훨씬 큰데도 영업이익률이 0%에 가까웠다. 또한 별도 재무제표나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기업가치 재구성시 분할법인은 전체가치의 53.1% ~ 57.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산정한 40.12%와는 괴리가 크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홍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년 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던 분할법인의 핵심인 AS부품사업부 매출을 올해부터 감소세로 추정하고 매출원가율도 높게 추정해 분할법인 매출총이익을 과소 추정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를 위해 이번 분할합병비율 산정에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홍 회계사는 “주식회사 간 합병비율 산정에서 법에 따른 방법을 준수했다는 것이 합병비율 승인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전체회사 기준시가에 따른 총 가치를 산정한 후 동일한 방법에 따라 산정된 두 부문의 가치를 기준으로 그 총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분할법인 가치의 계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총수일가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 총수일가는 주식 교환에 따르는 약 1조3000억원의 양도소득세액 납부만으로 지주회사 규제 회피, 합병 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제철 등 증손회사 지배,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보유 유지, 향후 자회사 소유 지분 규제 강화 시 추가 부담 완화 등의 편익을 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개정해 총수일가가 일정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부당이익제공행위 금지, 소수주주 요구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비율의 적정성, 경제력집중 해소·완화 효과 등을 심사해 합병을 승인하는 계열회사 간 합병승인제도 신설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또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역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세습을 위한 것일 뿐 경제력집중, 황제경영 및 사익편취 해소에는 영향이 없다”며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지정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금산분리·교차출자 문제 해소 등 각종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교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개정 또는 관련지침 마련으로 지분법과 공정가치법에 따라 자회사 주식가액을 평가해 지주회사 규제회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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