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7 06:00

"검찰 과거사위의 본조사 여부 결정유보는 개혁실종 증거"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울산공장 4공장문 앞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차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사건은 삼성사례와 다를 것이 없다”며 “하청업체에 노조파괴를 지시한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6일 성명을 내고 “유성의 노조파괴 문제를 재조사하겠다던 검찰이 조사를 미루고 현대차에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일 10차 회의를 열고 1차 사전조사 대상 12건 가운데 8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3월 6일 1차 사전조사 권고대상으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을 비롯해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등 12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10차 회의에서 유성기업 사건 등 5건은 진상조사단의 자료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조사 여부 결정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 재조사 보류는 검찰개혁 실종의 증거”라며 “재벌 앞에서 무력하고 노동자 앞에서는 강압적인 검찰의 본성은 노동존중과 거리가 너무 멀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사건을 “현대차가 하청업체 유성기업에 노조파괴를 지시하고 검찰도 이에 동조해 관련자들을 풀어주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잠시나마 정권의 개혁 의지에 박수를 보냈던 시민들도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과 검찰의 행보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검찰이 과거 정권들처럼 다시 재벌과 타협하거나 투항하려 한다면 우리의 무기가 누구를 향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라며 검찰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의혹은 지난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관련 특별교섭에서부터 비롯됐다. 노조가 교섭 결렬 이후 그해 5월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아산·영동공장 등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렸다. 이어 사측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얻어 그해 7월 제2노조를 출범시켰다. 사측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했고 결국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내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았다.

그후 약 3개월 뒤 법원의 조정으로 직장폐쇄가 종료됐지만 사측이 일부 기존 노조원들을 해고하면서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됐다. 사측의 이 같은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노조는 수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소했지만 당시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특히 2012년 9월 국회 청문회에서 유성기업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공모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공개됐지만 당시 검찰의 수사는 제자리걸음하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검찰이 현대차 임원이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증거를 2012년부터 갖고 있었는데도 직권남용으로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원청기업인 현대차가 하청업체 유성기업에게 새 노조의 가입자를 늘리라고 지시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 2013년 노조파괴에 관여한 현대차 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가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지난해 5월 19일 현대차와 임직원 등 4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당시 기소는 문재인 정부가 새로 출범한지 불과 9일 만이었고 당시 증거들은 이미 2012년 확보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재판 마저도 지난해 9월 12일 한 차례 열린 뒤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6년 4월 사측 주도로 설립된 제2노조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징역 1년 2개월형을 확정했다.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사태 7주년을 맞는 18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파괴 근절을 위한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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