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9 05:00

기본기 탄탄하고 장거리 실연비 20km/ℓ '무난'…불편한 기능버튼은 아쉬워

르노 클리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유럽 소형차의 대명사로 인정받는 르노의 클리오가 드디어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1990년 1세대 출시 후 글로벌 시장에서 1400만대 이상 판매된 클리오는 지난 28년 간 유럽 소형차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은 모범생 중에 모범생이다.

국내에 본격 출시된 클리오는 르노가 지난 2011년 선보인 4세대 모델이다. 출시 이후 이미 7년이 지나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핀잔도 나오지만 클리오는 당돌하게도 “유럽시장을 접수하느라 늦었다”고 항변한다. 직접 시승해본 클리오는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만 뺀다면 한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였다.

폭우가 내리던 어느 봄날,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르노 아틀리에에서 빨간색(인텐스 레드)으로 단장한 클리오를 처음 만났다. 전후면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르노의 로랑주 엠블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의 판매망과 A/S망을 사용하지만 엄연히 르노의 터키공장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수입차’다. 이 때문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외한다면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구성 그대로다.

출시된 지 7년이 지났다고는 보기 힘들만큼 외관은 상당히 세련되고 균형감을 갖춘 모습이다. 특히 17인치의 큼지막한 휠과 휀더부의 볼륨감, 언뜻 보면 3도어로 보이게 만드는 히든타입 도어 캐치는 클리오의 매력 포인트다. 클리오는 전형적인 소형 해치백의 모습이지만 스포티하면서도 당찬 이미지를 뽐냈다.

반면 운전석에 앉으면 매력이 다소 반감된다. 센터페시아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한껏 치장했지만 단촐한 레이아웃 탓에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마치 경차의 실내디자인을 보는 것처럼 다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클리오의 기능 버튼들은 직관성이 다소 떨어진다. <사진=박경보기자>

무엇보다 클리오는 각종 버튼들의 직관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충격적이게도 시트각도를 조절하려면 센터 암레스트를 뒤로 젖힌 후 오른쪽 깊숙하게 숨어있는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운전석 기준으로 시트 왼쪽에 자리한 레버를 당기는 국산차 방식과 전혀 딴판이다. 이 밖에도 열선시트, 크루즈컨트롤, 클러스터 모드변경 등 운전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의 버튼들은 마치 숨바꼭질하듯 구석구석 뒤져야 나온다.

또 시트의 착좌감은 소형차급 이상으로 훌륭했지만 주로 가죽시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물시트는 감점요소가 될 수 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동을 거니 1.5 dCi 디젤엔진은 얌전하게 호흡을 시작했다. 앞서 QM3에 탑재된 르노의 1.5 dCi 엔진은 최고출력이 90마력에 그쳐 출시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클리오를 실제로 운전해보면 120km/h까지의 실용영역에서는 전혀 출력부족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초고속 영역에서는 속도상승이 더딘 편이지만 22.4kg.m에 달하는 최대토크 덕분에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속도를 즐기는 레이서형 운전자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든 만족감을 줄 만한 가속능력을 갖춘 셈이다.

클리오의 실내인테리어.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특히 소형 디젤엔진과 신뢰성 높은 게트락사가 맞물린 클리오의 파워트레인은 최대장점인 연비를 극대화 시킨 모습이다. 한국정서와 다소 맞지 않는 사용자 경험이 단점이지만 ‘연비’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된다.

클리오가 국내서 인증 받은 복합연비는 17.7km/ℓ이지만 약 40km의 편도구간을 달리는 동안 클러스터의 평균연비는 23.0km/ℓ가 찍혔다. 차량의 주행성능을 테스트하느라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거리 연비운전 시 25.0km/ℓ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연비 끝판왕’으로 불리는 QM3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품은 클리오는 QM3보다 가볍고 공기저항이 적어 연비주행에 유리하다.

특히 클리오는 특유의 주행감성으로 왜 유럽시장에서 소형차 1위를 지켜왔는지 몸소 증명해냈다. 세상에 나온 지 꽤 지난 모델인데도 기본적인 달리기 성능과 기본기는 가벼워 날아갈 듯한 국산 소형차와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작고 아담한 차체에도 운전석에 앉든 조수석에 앉든 탄탄한 주행 안정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다부지고 정교하게 코너를 돌아나갔고 서스펜션 역시 적당하게 노면의 정보를 읽어들이면서도 안정감 있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특히 서스펜션 세팅은 딱딱할 것이란 선입견을 깨고 마치 국산 세단 같은 부드러움을 품었다.

클리오의 또 다른 숨은 매력은 공간 활용이다. 기본적인 트렁크용량은 해치백 특성상 다소 협소하지만 2열을 폴딩하면 SUV 부럽지 않은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폴딩하지 않은 기본 트렁크 공간도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마트 등 일반적인 짐을 싣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 같은 공간활용 능력은 유럽에서 사랑받는 해치백들의 진가이기도 하다.

클리오의 내외장 디자인과 트렁크. <사진=박경보기자>

◆ 총평

명실상부한 유럽의 대표 소형차인 클리오는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상륙했다. 클리오는 정체돼 있는 르노삼성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냉랭한 국내 해치백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할 중책을 맡게 됐다. 극강의 연비와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실용성을 내세워 젊은층을 적극 공략한다면 월간 판매목표인 1000대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990만원부터 시작하는 소형차 치고 높은 가격과 불편하고 어색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장점으로 상쇄시킬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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