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5.20 11:54

구 회장, 9시52분 73세 일기로 타계...가족葬으로 치르기로

고 구본무(왼쪽) 회장과 외아들 구광모 부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LG家 3세’인 구본무 회장의 22일 73세를 일기로 별세함에 따라 LG그룹이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4세 경영’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LG그룹을 23년간 동안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은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1995년 3대 회장에 올라 지난 23년 간 LG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구 회장은 연세대를 다니다가 미국 애슐랜드대 경영학과와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잇따라 졸업한 뒤 ㈜럭키에 입사해 유지총괄본부장을 맡았으며 금성사 이사, 럭키금성 기획조정실 전무,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와 화학 사업은 물론 통신서비스,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일 오전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상주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구 회장의 타계로 LG그룹 경영권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맡게 됐다.

LG그룹은 지난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는데 이번 임시주총에 상정되는 안건은 구 상무를 지주사인 ㈜LG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다. LG 관계자는 “후계구도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상무의 친부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다. 하지만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가의 전통에 따라 슬하에 아들이 없는 구 회장은 지난 2004년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만 40세의 젊은 구 상무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다면 LG그룹의 경영노선은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는 총수일가라도 충분한 경영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며 역량을 쌓아온 인물이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상무는 지난 2015년 상무 승진 이후 주력사업은 물론 지속성장에 필요한 기술 확보와 시장 변화에 주목해왔다. 특히 IT 기술동향에 관심이 많이 콘퍼런스나 포럼에 참석하고 협력사와 교류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는 LG그룹이 구 상무를 전면에 내세워 신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구 상무가 현재 맡고 있는 LG전자 ID사업부(Information Display)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분야인 사이니지가 주력사업이다. 그는 최근까지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신사업 트렌드를 점검하고 미래경쟁력 확보방안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앞서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김동연 부총리와의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전기차 부품 등 신산업 분야 위주로 지난해 대비 8% 늘어난 19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를 확대해 자동차부품, 에너지, OLED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5G,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하듯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를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앞으로도 LG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인데다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을 이끄는 전문경영인들도 굳건해 승계과정에서 경영차질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때 필요한 자금과 상속세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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