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05.20 11:55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지난 23년간 LG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구본무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향후 LG그룹의 경영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LG그룹의 경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이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만큼 경영권 이양과 세대교체가 그룹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실제 LG그룹은 지난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오너 일가가 사업 결정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LG그룹의 전문경영인 경영 방식이 이미 정착돼 구 회장 부재 시에도 흔들림 없는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리스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현재 LG그룹은 LG(하현회 부회장)·LG전자(조성진 부회장)·LG유플러스(권영수 부회장)·LG화학(박진수 부회장)·LG디스플레이(한상범 부회장)·LG생활건강(차석용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에 전문경영인을 두고 각자 책임경영을 펼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다는 점도 흔들림 없는 경영이 가능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61조402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6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2조4685억원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시현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5조6980억원, 영업이익 2조9285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보였고, LG생활건강도 영업이익 9303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가(家) 4세'인 구광모 상무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당분간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구 상무에 대한 후계구도 대비는 시작됐지만 구 상무가 올해 40세로 젊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계열사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기들이 구 상무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승계하면 LG그룹의 위협요인을 고려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 앞에 당면한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것이 구 상무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금 잘 나가는 부문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부분적으로 악화된 실적이나 어려운 부문만 구 상무가 잘 조율하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