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05.24 16:34
조현아는 출입국관리법 위반혐의 출석…총수일가 '최악의 하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각종 갑질 및 불법행위. 탈세‧밀수, 상속세 포탈, 비자금조성 의혹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직원들이 총수일가의 각종 갑질행위를 꾸준히 제보하고 있는 데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혐의입증을 위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 형제들의 주거지와 한진그룹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출입국관리당국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소환조사했다. 뿐만 아니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자택 경비원을 하인처럼 부리며 과도한 근무를 시켰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 '아버지' 조양호는 상속세 포탈·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 압수수색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4일 오전 9시 30분 쯤 조 회장과 관련된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이 선친인 조중훈 전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약 500억원대의 상속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조 회장은 조 전 회장으로부터 해외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주변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비자금 조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 어머니·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법무부 조사…밀수혐의로 세 모녀 출국금지
또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같은날 오후 1시 조 전 부사장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은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조 전 부사장은 모친인 이명희 이사장과 공모해 필리핀 여성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위장해 입국시킨 후 가사도우미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 상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 또는 결혼이민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이들로 제한된다.
특히 당국은 총수일가의 지시를 받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조달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이 이사장도 불러들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법무부는 밀수와 탈세혐의를 받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당국의 출국금지 신청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물론 이 이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총수일가 세 모녀에 대한 출국길이 막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1시쯤 조사를 위해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이사장과 조 전 전무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 끝없이 나오는 어머니 이명희 '갑질' 제보…특수폭행혐의 28일 경찰 소환조사
이 밖에 이 이사장의 새로운 갑질 제보도 터져 나오면서 총수일가는 물러설 곳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총수일가 자택에서 일했던 일부 경비원들에 의하면 이들은 4시간 잠자는 것 외에 휴게시간도 없이 과도한 일을 했고 수당도 법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가위 등 위험한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경비원들에게 줬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한진그룹은 24일 해명자료를 내고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이사장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상습적인 폭언·폭행 등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10여명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특수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폭행죄와는 달리 특수폭행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갑질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 대한항공 직원연대, 25일 광화문서 '총수일가 퇴진촉구' 4차 촛불집회
한편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조양호 일가 최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4차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직원들은 이번 집회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원연대는 총수일가가 퇴진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