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25 16:12

부품업계 직격탄 우려…미국 의도 파악해 대응해야

한국지엠의 부평2공장에서 생산된 올뉴말리부가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최고 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관세폭탄까지 맞는다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관세부과가 현실화되면 완성차업계보다 부품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에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개정협상과 연계해 철강 관세면제를 얻어냈지만 자동차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됐다.

만약 미국 상무부가 수입산 자동차를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규제와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지난 철강 사례에 비춰볼 때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는 내년에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 산업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의 99.4%에 이를 만큼 자동차는 대미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 자동차와 부품을 198억2000만달러 수출했고 이 분야의 무역수지 흑자액은 177억5000만달러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WTO의 GATT 21조 안보 예외조치를 근거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조항은 통제장치가 열악해 협상력이 높은 미국이 남용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 연구위원은 “산업이 근간이 되는 에너지와 철강과는 달리 자동차를 어떻게 안보와 엮을지 의문”이라며 “수입산 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근거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지난해 약 17조원 규모로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에 이어 5번째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시장이지만 주축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줄어든 5만6063대에 그쳤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한 5만585대에 머물렀다. 미국 자동차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제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까지 잃는다면 시장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 완성차업계보다 부품업계가 큰 타격을 받게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통상압박의 효과를 테스트하고 반응을 보려는 의도”라며 “특히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도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는 독일과 일본 등 다른 주요 수출국과는 달리 현지공장의 부품 현지조달 비율이 낮다”며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들도 현지업체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부품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에 20% 이상의 관세를 매긴다는 것은 수출하지 말라는 것과 같아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결론 나려면 앞으로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트럼프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고 한미 FTA를 지렛대 삼아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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