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2.18 11:53
청년 구직자들이 SK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 참가자 선발을 위한 면접을 치르고 있다. 사진=SK그룹

고용노동부가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플러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올해 새로 도입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연내 몇몇 기업을 시작으로 인원을 모집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청년구직자에게 직무능력 향상을 통해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우수한 직업교육 및 인턴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나 협력사에 취업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등 11개 대기업과 한전 등 7개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공공기관서 직업교육 이어 인턴 채용까지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이나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공공기관 등이 중소·벤처기업과 직업교육, 채용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고교·대학 졸업예정자와 졸업생을 대상으로 상생 인턴십을 모집해 교육을 실시한다. 한두달짜리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직업교육 3개월, 인턴과정 3개월 등 총 6개월의 일자리 경험 기회를 만들었다.

대기업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육훈련을 받은 수료자들에겐 협력업체, 관련 중소·벤처기업 등으로 취업이 알선된다. 또 대기업에서 훈련받은 청년들을 대기업이 직접 채용하거나 협력사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채용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까지 기업당 4000개의 일자리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구직자, ‘고용디딤돌’ 통해 취업시 최대 300만원 지원

정부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과 청년구직자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는 직업훈련 비용 및 인턴지원금(월 50~60만원)과 취업지원금(390만원) 등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구직자에게는 훈련수당(월 20만원) 및 취업지원금(180~300만원)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기능·기술 직종에 한정했던 훈련분야를 마케팅 등 전분야로 확대하고 대기업 자체시설만 허용한 했던 시설기준도 폴리텍 등 타 시설이나 장비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내년까지 17개 전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고용존’을 설치해 청년 구직자와 기업 간 매칭을 지원한다. 고용존에서는 고용디딤돌 기획 및 사회맞춤형 학과 개설, 청년구직자 대상 홍보, 모집, 상담, 취업 알선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

 

◆11개 대기업 참여...모집 시작된 대기업엔 청년구직자 대거 몰려들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참여 대기업은 삼성, SK, LG, 롯데, 현대차, KT, GS, 두산, 현대중공업, 카카오, 동부 등 11개 그룹이다.

지난 11월부터 삼성과 SK, 카카오 등이 순차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으며 이달들어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도 모집 절차를 진행중이다.

SK그룹은 지난 11월5일부터 약 한달여간 SK디딤돌 사이트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모집인원 1000명에 4000명이 지원했다. SK 관계자는 “석사 학위를 포함한 대졸자와 20대 여성 지원자 비중이 높았고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IT)분야에 비해 경영사무·마케팅 분야 지원자가 많았다”며 “고학력자와 여성, 인문계 전공자 취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는 18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SK그룹이 300여개 협력사와 함께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인원은 내년 1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1∼3개월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지원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 근무를 하게 된다. 훈련분야는 IT, 통신, 반도체, 에너지 등이다. 특히 SK는 청년 구직자들의 니즈에 맞게 특히 IT·통신·반도체·에너지화학·전기전자·건설 등 14개 산업분야에서 생산·제조·연구개발(R&D)·마케팅·경영지원 등 68개 직무 교육과 실무 경험을 폭넓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은 직무교육 기간에 훈련수당(월 50만원), 인턴기간에는 급여(월 150만원)를 받는다. 모든 과정을 마친 구직자들에게 SK는 취업지원금 100만∼300만원을 별도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3년간 자동차 부품 인재 2400명을 양성할 계획인데 지난 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1차로 400명을 모집한다. 이번 1차 모집에는 15일 현재까지 모집인원(400명)의 4배에 가까운 1500명이 몰려들었으며 최종 마감까지 지원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에 선발된 인원은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필요한 기본 직무와 소양 교육을 2개월 받은 후 국내 현대·기아차의 200여개 1차 협력사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인턴십을 진행한 협력사가 희망할 경우 채용으로 연계될 수 있으며, 인턴십 후 정규직 채용자는 정부의 취업지원금(5개월간 1인당 750만원)과 별도로 현대차가 취업장려금을 제공한다.

현대차 고용디딤돌 모집공고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채용을 마감했고 삼성그룹은 2016년까지 모집 예정 인원 2500명 가운데 지난달 20~29일 전자ㆍ전기(회로설계, 공정관리), 기구ㆍ금형(기구설계, 금형제작), 설비(첨단 반도체장비 유지보수) 등의 분야에서 1차로 500명을 뽑았다.

현대중공업도 오는 2017년까지 청년 구직자 4000명을 대상으로한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 계획을 내놨으며 LG그룹 역시 내년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LG화학 오창공장에서 2차전지 등 에너지사업 분야와 관련된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공공기관, 내년부터 청년 1400명에 채용 연계 고용디딤돌 지원

공공기관으로는 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마사회,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석유공사, 한전원자력연료 등 7개 기관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들 공공기관은 내년에 청년 구직자 1,399명을 모집해 직무교육과 현장 훈련, 채용으로 연계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지원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122명), 한전원자력연료(15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100명), 마사회 (32명) 등은 본사 주관 직무 교육과 협력업체 인턴을 거쳐 채용을 알선하기로 했다.

한국전력(300명), 5개 발전 자회사(150명), 가스공사(50명),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50명) 등은 본사의 직무교육과 협력업체 인턴을 통해 채용으로 연계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난방공사(50명), 석유공사(30명), 철도공사(200명), 농어촌공사(100명)는 본사 중심의 현장 직무 교육을 통해 청년 구직자의 직무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한전기술(200명)은 공공기관, 대학, 협력업체 간 공동으로 6개월 과정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당 분야의 청년 구직자가 현장 직무능력과 전문성을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남동발전은 30명의 훈련생을 선정하고 지난 16일부터 한국발전교육원에서 직업훈련과정에 들어갔다.

 

◆또다른 스펙 경쟁 초래· 취업 보장 불확실성 등의 우려도

일각에서는 5~6개월짜리 이 장기 프로그램을 수료했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 만큼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는 프로그램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사실상’ 100% 정규직 취업이 보장된다고 강조하는 반면 고용 참가 기업들은 ‘취업 준비생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더 강조하고 있다”며 “실제로 일부 기업은 모집 공고에서 ‘채용 비연계’를 확실히 명시하거나 수료자와 협력사가 상호 희망할 때에만 채용으로 연계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직자들은 취업 블로그 등을 통해 “대기업 취업 프로그램으로 알고 갔다가 협력사 인턴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결국 최종 목적지는 협력사 인턴이 아니냐”고 말하는가 하면 “취업으로 확실히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에 더 실망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대기업의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 자칫 새로운 스펙 경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SK나 현대차의 모집 과정에서 모집인원의 4배이상 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을 볼 때 취업준비생들이 이 프로그램 참여 자체를 스펙으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

또 기존에 삼성이나 현대차가 연 1회 대규모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기존의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이름만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