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30 05:33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주요기업 대책마련 고심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가운데 재계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한 달여 앞둔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는 등 근무체계 개편에 들어갔다.

현행 68시간인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되며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52조를 보면 1개월 이내 정산기간을 평균한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특정 주일 40시간, 특정일 8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연장 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월의 첫째 둘째주에 50시간씩 근무한 근로자는 셋째, 넷째주엔 평균 30시간씩만 근무해 월평균 40시간만 충족하면 된다.

이 같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노동자 수가 300인이 넘는 주요 대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앞다퉈 실시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유연근무제는 직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근무제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 가량인 52.5%였다. 전년에 기록했던 41.4%보다 11.1%p나 줄어든 수치다. 유연근로제 중에서는 ‘시차출퇴근제’(48.1%)가 가장 많았고 ‘단축근무제’(26.3%), ‘탄력적 근무시간제’(17.3%), ‘재택근무제’(4.5%) 순이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무수행 수단이나 근로시간 관리에 대해서 직원에게 완전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도 도입한다. 이와 별개로 제조 부문에는 에어컨 성수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3개월 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또 같은 날 한화케미칼도 다음달부터 ‘2주 80시간’을 기준으로 한 탄력근무제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출퇴근 시간을 각자 결정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묶은 ‘인타임 패키지’ 노동시간 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7월부터 정식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늘어난 여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LG이노텍이 가장 먼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며 주목받았던 LG그룹도 지난 2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해 사무직 직원들이 하루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SK그룹도 각 계열사별로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적극 도입해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 상황 등을 고려해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짤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부터 임직원 근무시간이 주당 52시간이 넘을 경우 이를 통보해 해당 부서장과 직원들이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SK C&C 직원들도 4주 160시간(평일 주당 40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208시간(연장근로 포함)을 넘지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별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도 일부 사무직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하루 근무 시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실제 업무 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는 방식의 근무시간 관리시스템을 이달 한 달간 시범 운영했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한 후 다음달 보완점을 마련한 뒤 7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직된 기업문화로 유명한 현대차까지 적극 나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재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고유한 기업문화가 새로운 제도와 얼마나 잘 융합되느냐가 현장 안착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