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31 05:43

정부가 부지확보 車산업 중소기업·스타트업 메카로 육성 고민을

한국지엠 군산공장 항공뷰 <사진=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22년 간의 영욕을 뒤로하고 31일 완전히 문을 닫는다. 군산공장에 남은 400여명의 노동자들은 향후 3년간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군산공장의 향후 활용방안을 놓고 제3자 인수‧매각, 위탁생산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투자에 나설 기업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활용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활용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 간 가동률이 20%에 머물러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단 5월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던 한국지엠은 결국 완전히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16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1000여명은 희망퇴직으로 일터를 떠났다. 또 나머지 잔류인원 612여명 가운데 200여명은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되고 400여명은 향후 3년간 무급휴직에 돌입한다. 또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던 올뉴 크루즈와 캡티바, 올란도 등 3개 차종은 이전생산 없이 공장과 같은 운명을 맡게 됐다.

30일 노조에 따르면 전환배치 대상인 200여명의 노동자들은 부평에 16명, 창원에 58명, 보령에는 10명씩 각각 투입돼 다음달 1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무급휴직 대상 노동자들은 휴직 후 최초 6개월 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월 180만원을 받고 이후 기간에는 노사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 생계보조금을 매달 225만원씩 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쇼크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문을 닫은 데 이어 한국지엠까지 공장을 완전히 폐쇄하면서 지역경제는 고사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의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경제가 매우 침체돼 있어 특히 자동차업계는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군산공장 인수는 커녕 다른 업체들의 ‘탈출’이 시작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의 고임금 저생산 구조가 만연한데다 노동시간 단축 등 악재들이 겹치고 있어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공장의 해외 이전을 저울질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리스크 때문에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군산공장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군산공장의 생산시설을 완성차업체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군산지역은 새만금 등 부지가 상대적으로 넓어 자동차 산업과 연계된 튜닝산업이나 시험장 등 다양성 있는 모델을 고민할 수 있다”며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메카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내에 승용차 공장은 지난 21년간 신축된 적 없는데 군산공장은 연간 26만대 수준의 대량 생산능력을 가진 사업장”이라며 “GM은 공장을 비싸게 파는데만 골몰할 것이므로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향후 활용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지난 1997년 대우차 시절 설립된 최첨단 자동화 공장이다. 하지만 유럽경기 침체와 내수부진 등으로 지난 2012년부터 생산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결국 22년 만에 폐쇄를 맞게 됐다. 지난 2011년 27만여대였던 군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6년 만인 지난해 4만여대 밑으로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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