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06.06 05:11

혐의 인정되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까지 영향...타격 불가피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이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결과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월 초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증권선물위원회가 오는 7일 열릴 예정이다. 다만 이날 당장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

사회적 관심도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오는 20일 예정된 2차 회의에서나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선위는 지난 대우조선해양사태 때도 세 차례 회의를 걸쳐 마무리 지었다.

한편,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해진다.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 및 방만한 운영 등이 무더기 적발되면서 신뢰가 추락했다. 또 올해 채용비리 및 셀프 후원 논란 등으로 두 명의 금감원장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서도 패할 경우 금융감독기관이라는 위상이 위태로울 것으로 우려된다.

거기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차 감리위 당시 무혐의 결론나면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만큼 손해배상 등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주가하락 등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 소송도 시작될 수 있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올해 4월 10일 60만원까지 올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분식회계 의혹 직후인 지난 달 4일 35만원까지 내렸다. 이후 소폭 회복했으나 여전히 40만원 초반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회계부정으로 확정될 경우 대표 해임 및 검찰수사, 과징금 부과 등이 예상된다. 분식회계에 따른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의 소송은 물론 크게는 상장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등의 제재를 건의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합병 당시 주가를 근거로 제일모직 주식 1주 당 삼성물산 0.35주로 가치를 평가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은 없으나 제일모직 주식은 23%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주가는 낮지만 자산이 많은 만큼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더 높게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삼성 측 의견에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시점이 합병 직전이기 때문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기업가치를 올렸다고 보면 제일모직 실적도 부풀린 것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당시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2015년 3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해 단번에 1조9000억원의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경기도 고양시갑)은 “2015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에 찬성표를 던진 핵심근거 중 하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이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인정될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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