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13 05:00

가동률 뚝뚝 떨어지는데 신차배정 2종 뿐…수입판매사 전환 신호탄?

카허 카젬(왼쪽)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쿼녹스 출시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지난 7일 중형 SUV 이쿼녹스를 국내에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외에도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다양한 신차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물량부족을 겪는 국내 공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차종들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돼 수입 판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이날 이쿼녹스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이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SUV에 강점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쉐보레 SUV의 전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된 글로벌 신차 이쿼녹스는 한국 고객들이 SUV에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이 향후 5년 간 국내 시장에 출시할 15개 신차 계획에 따라 더 뉴 스파크에 이어 출시되는 두 번째 신제품이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를 시작으로 대형 SUV 트래버스 등 순차적으로 SUV 라인업을 늘릴 예정이다. 특히 콜로라도 등 픽업트럭 모델까지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차종들이 모두 해외에서 생산돼 OEM방식으로 국내로 수입돼 들어온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한국지엠의 국내공장들은 일감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수입 판매는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만 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지엠이 점차 국내생산 차종을 줄여 수입판매사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이외에도 볼트EV, 볼트, 카마로, 임팔라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월 폐쇄된 군산공장은 문을 닫기 직전 가동률이 불과 20% 수준이었고 주력공장인 부평공장의 2공장도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부평2공장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밖에 가동되지 않고 있어 근무인력들은 인력감축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이유는 경쟁력 갖춘 신차가 배정되지 않아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군산공장은 올 뉴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등 3개 차종만 생산했고 이 가운데 올란도는 출시된 지 7년, 캡티바는 12년이나 지난 ‘사골’ 모델이었다.

스파크와 다마스, 라보를 생산하는 창원공장 역시 70%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100% 가동률을 보이는 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1공장이 유일한 상황이다.

게다가 배정이 확정된 신차는 부평1공장(트랙스 후속)과 창원공장(신형 CUV)에 각각 1종씩 뿐이다. 이마저도 내년 말과 2022년부터 생산이 예정돼 있어 최소 1년 반 동안은 새로운 먹거리가 전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는 물론 내년 출시가 확정된 트래버스, 그리고 출시를 검토 중인 콜로라도까지 모두 국내생산 계획이 없다. 고객 수요에 맞춰 국내 생산라인을 신속하게 전환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제품을 들여오겠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무늬만 국산차가 늘어날수록 국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 고용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지엠 정상화의 첫 단추는 팔릴 만한 신차를 제대로 배정해 공장 가동률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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