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2.21 10:17
옛 중국의 양기(量器) 모습이다. 일정한 부피로 기준을 잡기 위해 만든 도량형의 한 종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그런 기준, 표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 쓰임새가 퍽 많은 낱말이다. 표준(標準)의 앞을 이루는 글자 標(표)는 일반적인 뜻풀이가 ‘나뭇가지 끝’이다. 나무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는 가지 끝이라고 보면 좋다. 뒤의 準(준)은 평면을 이루는 물, 즉 수면(水面)이다. 적어도 한자 초기의 모양새를 무시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자의 초기 모습을 보면 조금 다르다. 標(표)는 나무를 뜻하는 木(목)과 무엇인가를 적어 세운 간판 형태의 물건인 票(표)의 합성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어떤 내용의 지시 사항을 알리는 설치물 정도의 뜻을 얻었다고 본다. 그로부터 뭔가를 제시하는 물건, 나아가 과녁 등의 뜻도 붙여졌을 것이다.

準(준) 또한 그냥 수면은 아니었던 듯하다. 물(水)이 등장하고 날카로운 시력을 지닌 맹금류의 새 隼(준)이 보인다. 수면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새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 그로부터 아마 일정한 기준을 이루는 고요한 수면의 뜻도 얻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두 글자는 발전했다. 결국은 나무 앞에 세워진 그 무엇의 標(표)가 땅 아래 감춰진 뿌리라는 뜻의 本(본)과 대조를 이루면서 ‘나뭇가지 끝’이라는 새김을 얻었을 것이고, 準(준)은 날카로운 새가 바라보는 물 위의 평면이라는 원래 뜻에서 어느덧 수면이라는 의미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래서 둘이 합쳐져 표준(標準)을 이루면 사물과 상황을 빗대 견줘보는 나뭇가지의 끝, 높고 낮음을 살필 수 있는 물 위의 면이라는 뜻이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뜻이 ‘표준’이다. 영어로 적으면 standard로 옮길 수 있겠다. 그 말뜻은 굳이 풀 필요가 없을 듯하다.

하나의 기준(基準)을 이루는 존재이니 우리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일을 이루고 펼치기 위해서는 항상 필요한 게 바로 이런 표준이다. 고대 사람들이 도량형(度量衡)을 국가운영의 근간으로 내세운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겨누고 쏘는 대상, 즉 target을 의미하는 的(적)이라는 글자와 합치면 둘은 표적(標的), 준적(準的)의 단어로 발전한다.

지향(指向)과 기준(基準)의 뜻이 그에 다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 지향과 기준은 늘 빠질 수 없다. 나무를 목재로 다듬을 때 치는 먹줄인 승묵(繩墨)도 표준과 동의어다. 정확한 지향과 기준에 따라 나무를 잘라야 목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準繩(준승)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규구(規矩)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동그라미를 그리는 컴퍼스가 規(규), 선을 긋는 자가 矩(구)다. 동그라미와 네모를 그릴 때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규칙(規則), 규율(規律), 규범(規範) 등의 기준과 지향을 알리는 단어가 이로부터 비롯했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따라서 일정한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 기준이 위에서 말한 여러 개념들이다. 표준의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설정 뿐만 아니라 그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는 그런 기준과 표준의 설정과 준수에 얼마나 뛰어난 사회인가. 빈발하는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비리 등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자 풀이>

標 (표할 표): 표하다. 나타내다. 기록하다. 표를 하다. 적다. 표. 가지. 나무의 끝. 높은 나무. 높은 가지.

準 (준할 준, 콧마루 절): 준하다. 의거하다, 본보기로 삼다. 본받다. 바로잡다. 고르다, 평평하다. 정밀하다. 정확하다, 확실하다.

繩 (노끈 승): 노끈. 줄. 먹줄. 법. 바로잡다. 통제하다. 제재하다. 잇다. 계승하다.

規 (법 규): 법. 법칙. 꾀. 책략. 동그라미. 문체 이름. 그림쇠, 원형을 그리는 제구. 꾀하다. 바로잡다. 본뜨다. 모범으로 삼다. 경계하다.

矩 (모날 구, 법도 구): 모나다. 새기다, 새겨 표시하다. 곱자. 네모, 사각형. 모서리. 대지, 땅. 법도, 상규. 규칙. 직각. 가을.

範 (법 범): 법, 규범. 본보기, 모범. 거푸집. 고상한 태도. 한계. 법도에 맞다. 본받다. 주조하다.

 

<중국어&성어>

分门(門)别类(類) fēn mén bié lèi: 각 조항을 질서정연하게 나누는 일. 門(문)과 類(류)는 몸체를 이루는 각 요소의 세부 항목을 가리킨다. 나누는 일을 分別(분별)이라는 동사로 표시했다. 자주 쓰는 성어다.

规矩准绳(準繩) guī jǔ zhǔn shéng: 컴퍼스와 자, 기준과 먹줄. 꼭 지켜야 하는 원칙과 지향 등을 일컫는 성어다.

规圆(圓)矩方 guī yuán jǔ fāng: 컴퍼스로 그리는 동그라미, 잣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네모. 표준과 법도에 맞게 행하는 일을 뜻한다.

正法直度 zhèng fǎ zhí dù: 올바른 법률, 통일적인 기준을 가리키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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