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6.19 10:45

김규형 DGIST교수 연구팀

TRP-1, TRP-2 유전자 기능을 없앤 돌연변이에서는 자기수용체가 없어 신경의 활성이 움직임에 따라 반응을 하지 못해 왼쪽방향으로만 도는 이상이 나타났다. <사진제공=DGIST>

[뉴스웍스=문병도기자] 김규형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팀이 신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자기수용감각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동물의 여섯 번째 감각이라 불리는 자기수용감각은 신체의 위치, 방향, 움직임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감각 체계다. 자기수용감각에 이상이 생길 경우 신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특히 소뇌 저형성증 환자나 퇴행성 뇌질환 환자의 경우 보행 이상이 나타난다. 

김규형 교수 연구팀은 신경계 구조와 기능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예쁜꼬마선충을 실험동물모델로 활용해 동물의 몸 전체 움직임을 통합적으로 감지 및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김 교수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몸 전체 움직임을 감지해 균형잡히고 부드러운 신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인 ‘TRP-1’과 ‘TRP-2’ 유전자를 돌연변이 스크리닝 방법으로 발굴했다.

야생형 예쁜꼬마선충은 똑바로 직진해 움직이는 반면 TRP-1과 TRP-2 두 개 유전자가 상실된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은 직진하지 못하고 왼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이상 표현형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TRP-1과 TRP-2 유전자가 예쁜꼬마선충이 직진 방향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운전대 역할을 하는 유전자임을 밝혔다.

TRP-1과 TRP-2와 유사한 초파리의 TRPgamma 유전자를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게 주입해 치료한 결과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는 TRP-1과 TRP-2 유전자가 자기수용감각 수용체로서 초파리를 포함한 고등동물까지 그 기능이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TRP-1과 TRP-2가 움직임을 감지하며 근육의 움직임까지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수용체라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예쁜꼬마선충의 후각신경에 인위적으로 TRP-1 또는 TRP-2를 발현시켰을 때 운동과 상관없는 후각신경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관찰해 TRP-1과 TRP-2가 신경 활성을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수용체임라는 사실도 추가로 밝혔다.

김규형 교수는 “소뇌가 보행을 비롯한 동물의 다양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부위라고 알려져 있으나 각각의 근육 및 관절의 움직임을 감지해 부드럽고 균형 잡힌 움직임을 유도하는 운동계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TRP-1과 TRP-2 유전자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수용체라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보행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 발굴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GIST 신경세포노화재생기전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지원사업, 한국뇌연구원 대뇌피질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진만(왼쪽부터) 박사과정 학생, 김규형 교수, 연지혜 박사과정 학생이 실험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D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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