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원수기자
  • 입력 2018.06.22 14:29

[뉴스웍스=장원수기자] 대면 미팅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협업이 가능해 ‘최고의 협업툴’로 각광받던 메신저가 오히려 근로자의 업무집중을 방해하여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한국생산성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가 근무 시간 중 메일이나 메신저 답장에 투자하는 시간은 무려 2.2시간, 하루 8시간 근로시간 기준으로 무려 27.5%에 해당된다. 메신저 특성상 업무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무 시간 내내 업무 중단으로 인한 시간 낭비가 만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직장인들이 업무 방해로 인해 낭비하는 시간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IT엔지니어를 위한 웹사이트인 해커눈이 일명 ‘고급인력’으로 꼽히는 능력이 우수한 근로자(High Performance Employee, 이하 HPE)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7년에 실시한 ‘업무 방해에 따른 기업 손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1인이 업무 방해로 낭비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18분에 달했으며, 1년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600시간(1일 8시간 기준 75일) 동안 일을 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HPE 평균 시급이 53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연간 손실액은 3만1800달러(약 3513만원)에 이르며, HPE 40인을 보유한 사업장이라면 그 손실 규모가 무려 127만달러(약 14억원)에 달한다.

업무 방해에 따른 피해는 근로자의 업무 성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라이프지히의 심리학 교수인 아냐 바애스트히가 발표한 '워크플로우 방해 연구(2013)'를 비롯해, 다수의 대학 및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업무 방해에 따른 인지능력 변화 연구를 살펴보면 업무 방해를 받는 사람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사람에 비해 업무 실수 비율, 신경질적인 반응, 초조함 모두 2배 이상 높게 발생했으며, 기존 업무를 완료하기까지 최대 27% 이상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실시간 협업의 산파이자 최대 수혜주인 메신저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일부 기업은 메신저의 활용을 ‘한시적 토론 용도’로 제한하거나, 아예 특정 시간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설정해 해당 시간에는 메신저 사용을 차단하는 등 ‘메신저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메신저 중심의 협업툴에서 벗어나, 좀더 근로자의 워크플로우에 부합하는 협업툴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최근 협업툴 시장에서 일명 3세대 협업 솔루션으로 불리는 이슈기반 협업툴의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장 대표적인 이슈기반 협업툴인 ‘콜라비’는 기존 협업툴과 마찬가지로 파일공유,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하지만, 사용자 중심적인 UI(User Interface)를 실제 협업 환경에서 실행되는 프로세스대로 보여준다. 협업을 위해 구성원 중 한 명이 ‘프로젝트 공간’을 만들면, 이 공간에 초청된 사람은 누구나 글을 작성할 수 있으며, 작성된 글에 대해 직접 댓글을 달거나, 할 일 지정, 의사결정 요청, 파일 공유 등의 협업이 가능하다. 작성된 모든 글이나 자료, 요청사항은 본인만의 뉴스피드를 통해 확인하거나 진행상황별로 구분되는 칸반 보기를 통해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PC는 물론,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협업 상황에 대처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지를 고민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중에 방해를 받지 않아야 업무 성과가 높아지고, 야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협업툴이 실시간 혹은 소통만 강조하다보니 업무 방해가 많아지고, 실제 협업 플로우와 동떨어진 구조로 복잡해진 만큼, 근로자들이 업무 방해 없이 연속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