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6.23 08:07
영국 로스린 연구소에서 PRRS에 내성을 가진 돼지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했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뉴스웍스=문병도기자] 새끼 돼지가 돼지생식기호흡장애증후군(PRRS)에 걸리면 고열과 함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죽게 된다. 귀가 청색으로 변하며 폐사하게 돼 청이병(靑耳病)이라고도 불리는데, 유럽(EU)과 미국에서만 한 해 동안 25억달러의 피해를 입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PRRS에 안 걸리는 슈퍼 돼지가 나왔다. 23일 영국 BBC에 따르면,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로스린 연구소 연구원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돼지가 PRRS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PRRS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슬린 연구소 연구진들은 에딘버러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크리스퍼-카스 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돼지 난자에서 바이러스에 걸리는 유전자인 CD163을 제거했다. 이렇게 키운 돼지가 성체가 됐을때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하지만 어떤 돼지도 병에 걸리거나 혈액에 감염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로슬리 연구소의 크리스틴 타이트 버키드 박사는 "흥분되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조만간 식탁에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햄이나 베이컨 등 프랑켄슈타인 음식물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유전자 조작 식품은 유럽에서 금지돼 있다. 이에 대해 버키드 박사는 "우리가 PRRS병에서 자유로운 돼지로 만든 베이컨을 먹게 되는 것은 수년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우리 식탁에 올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유전자 식품을 규제할 지를 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랜동안 연구를 통해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에게서 어떤 부가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카스-9이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DNA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나쁜 영향이 나타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사람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오랜 기간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버키드 박사는 "만약 이번 연구가 성공적이고,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돼지 사육 회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 조작 돼지를 상업적으로 사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기술 및 생물과학 연구 평의회(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바이올로지 저널에 논문이 게재됐다.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카스-9'을 통해 특정 부위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새로운 유전자로 편집할 수 있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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