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6.25 12:18

"조세저항 우려 눈치보기식 제안" vs "집 있다고 벌칙금 내는꼴"

서울 강남 도곡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종부세 개편안의 방향은 맞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건설업계와 서울 강남 등 투기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개편안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종부세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율인상, 누진도 강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누진세율 강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차등 과세 등 4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개편안이 조세저항 등에 밀려 눈치보기식 제안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성달 팀장은 22일 토론회에서 "조세전문가가 아닌 시민 눈높이에서 제시된 안은 국민적 염원에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말하듯 부동산 공화국이다"며 "부동산 편중이 심각하고 분양가 자율화 이후 집값이 상승하면서 부동산에 의한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요구가 많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대한민국 국민 중 3500만 명이 토지가 없고 상위 10%가 80% 이상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유세 강화는 세금을 더 내느냐 안 내느냐가 아니라 이 지긋지긋한 불평등 해소 기여 여부의 차원"이라고 꼬집었다. 

같은날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도 보유세 개편안에 대해 "방향은 긍정적이나 대안으로 내놓은 해결책은 한 마디로 실망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특위에 민간전문가들이 많았음에도 그 대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누진율 강화 등 다소 소극적인 제안이 많았다"면서 "세금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논평에서 "개편안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재정개혁특위는 이번 개편안에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소극적인 과제만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4가지 개편안보다 더 강화한 부동산 보유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행정부가 과표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 세율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으로, 헌법이 천명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다주택자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만, 이미 충분한 과세혜택을 받는 1주택자에 추가 혜택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개편안에 별도 합산 토지에 대한 과세 강화 대책에 담겨 있지 않은 점,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토지에 종합부동산세를 책정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점 등은 부동산 보유세를 정상화한다는 취지를 고려할 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당연히 보유세를 올려야 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1주택자도 보유세를 올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부담이 돼야 집값이 오르지 않고 투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SBS방송캡처>

반면, 건설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서 어느정도 공급자 역할을 해줬는데 종부세 개편으로 보유 부담이 생기니까 주택시장에는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보유세뿐 아니라 후분양제 도입 등 이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건설업계는 암담하다"며 "이러한 규제는 분명 풍선효과를 일으켜 어딘가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가 주택이 많아 종부세 개편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동, 용산 등지 주민 표정도 어둡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강남갑 의원은 "강남3구가 (보유세 개편안의) 영향이 가장 큰데 최근에는 용산 및 광진구도 고가주택들이 많아 서울 중산층 대부분이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 종부세 대상이 된다"며 "이는 '집 있으니 벌칙금 내라는 말이다'라며 종부세가 이중과세" 라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종부세 얘기만 나오면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에 핵폭탄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된 종부세 개편안이 사실상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유세 개편안 시나리오가 발표됐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단기 압력을 높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세 증세 영향은 일부 초고가 아파트·주택 소유자에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세 15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이 상승해도 증세 영향이 미미하다"며 "초고가 다주택 소유자를 제외하면 다주택자도 임대사업자 등록 시 거주용 외 주택의 종부세 합산 배제로 증세 영향이 크지 않아 눈에 띄는 주택값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및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세자의 세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서울 및 수도권 거래시장 심리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각보다 급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에 보유세 과세 강화까지 발표된 터라 여름 비수기 거래 소강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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