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6.27 12:00

프랑소와 암블라흐 IBS 연구위원 연구팀

C에서 신호는 파동(전자기파) 형태기 때문에, 위성이나 탐사선이 있는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 신호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 점 하나가 유한한 정보를 가지기 때문에 위성에 신호를 송신하는 안테나는 지름을 매우 크게 만든다. <그림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기자] 프랑소와 암블라흐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이 광학분야에 정보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여 현미경에 생기는 난시 문제를 해결했다. 

기하적 정보의 손실이 초점을 파원 쪽으로 이동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였고, 이를 이용해 실제 현미경의 수차로 인한 초점차이를 줄여 해상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기파와 빛, 소리 등 파동을 이용하는 모든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 위에 돌멩이를 던지면, 돌멩이가 떨어진 위치부터 모든 방향(360°)으로 파동이 퍼진다. 이때 원을 그리며 퍼지는 파동은 시작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장면을 거꾸로 돌리면, 파동이 원을 그리며 돌멩이가 떨어진 지점(초점)으로 모이는 장면이 된다. 

하지만 렌즈나 안테나와 같은 대부분의 기구는 한 방향에서 호 모양을 그리는 파동을 내보내므로, 이 파동은 불완전한 기하 정보를 가진다. 또한 렌즈 조리개로 빛의 양을 줄이거나, 안테나 크기를 줄이면 정보는 더 많이 손실된다. 연구진은 이 정보의 손실이 실질적인 물리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해 연구를 기획했다.

연구진은 먼저 정보를 잃을 때 초점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조리개 지름을 줄이다 보면 점에 가까워지는데, 여기서 나온 빛은 손전등처럼 부채꼴로 퍼지게 된다. 정보량이 극히 적을 때 초점을 잃는 것이다. 때문에 연구진은 조리개가 닫히는 과정(정보가 손실되는 과정)에서도 점차적으로 초점이 이동한다고 보았다. 그 뒤 조리개가 닫히는 중간 과정을 계산한 결과, 정보를 잃을수록 초점이 렌즈 쪽으로 이동함을 증명했다.  

이러한 정보 손실에 따른 초점 이동은 난시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 실제 우리 눈의 난시는 각막 가로 곡률과 세로 곡률이 달라서 생긴다. 일반 각막이 농구공처럼 균일한 곡률을 가지는 반면 난시 각막은 럭비공처럼 가로는 완만하고 세로는 급격하게 굽어져 있어 가로축 초점과 세로축 초점이 다르다. 곡률의 차이가 초점 차이를 만들어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난시의 초점이동을 역이용해 해상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렌즈 곡률을 일부러 다르게 만들어 초점을 뒤로 이동시키면, 정보 손실 때문에 초점이 앞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개념을 최첨단 의료장비인 펨토초 현미경에 적용했다. 이 현미경에 이용되는 팸토초 레이저는 빠른 속도와 해상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시간 초점과 공간 초점을 동시에 맞추는데, 이 때 두 초점의 위치가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마찬가지로 조리개의 크기를 작게 하는 방법을 통해 공간 초점을 앞당겼다. 시간 초점과 공간 초점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현미경의 해상도를 높여, 난시를 줄일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프랑소와 암블라흐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극도로 정밀한 장비의 초점을 개선해 해상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이 성과는 위성 및 우주선과의 장거리 통신을 비롯해 파동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의 설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13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프랑소와 암블라흐(왼쪽부터) 연구위원, 스티브 그래닉 단장, 카이 로우 연구위원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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