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06.27 11:37

국내 가상통화 투기과열…시장안정화 노력 선제돼야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의 투자금을 가상통화로 모집하는 ICO(가상화폐공개)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근거가 없어 투자자 피해 리스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의 'ICO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일부 기업이 별다른 기술이나 성장성 없이 무분별하게 ICO를 진행하고 해킹 및 사기적 모집도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과 미국 등 각국이 ICO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원래 ICO는 비트코인 등장 이후 비트코인의 단점을 개선하거나 별개의 유통 가능한 코인을 만들기 위한 자금 모집을 위해 시작됐다. 초기에는 코인 세일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으나 차츰 코인의 창출 목적 외에 별도의 프로젝트를 위한 토큰 세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후 신규 블록체인의 개발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토큰을 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先)매도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ICO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없고 일종의 사업 계획서인 백서를 기반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을 근거로 가상통화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출시되면서 블록체인 통한 여러 프로젝트들이 시도됨에 따라 ICO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당시 이더리움 플랫폼은 약 1900만 달러 모집에 성공하는 등 16개 ICO가 모두 2600만 달러를 모집했다. 지난해는 약 32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 모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도 3월까지 약 26억5000만 달러 수준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가상통화를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 만큼 ICO 관련 규정이 없어 이를 금지하는 국가에 속한다. 우리는 증권발행 방식은 물론 플랫폼에서의 신규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방식을 포함해 기술, 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가상통화가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ICO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감독당국도 금융기관에 가상통화 관련 규제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편, ICO는 투자 목적이 되는 토큰의 미래 가치가 확약되기 어렵고 가상통화 자체의 불안정성이 높으며 ICO를 빌미로 한 사기 및 다단계 등 불법행위와 연계될 위험이 있다.

지난해 ICO로 모집된 자금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10% 가량인 4억 달러가 해킹으로 도난당했으며 자금모집 성공률도 25%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토큰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부재, 불확실한 규제, 해킹문제 등이 ICO의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특히 ICO를 빙자한 사기적 모집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 코인’이라는 발행하지도 않은 코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기성 행위가 다수 적발되고 있으며 텔레그램을 사칭한 가짜 사이트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또 ICO를 표방하면서 잘 모르는 투자자나 50~7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가짜 정보를 흘려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에 ICO를 빌미로 사기적 행동을 하는 등 투자자 기망 행위를 유사수신행위 규제나 신용공여금지·자금세탁방지 등 기존 법률을 통해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감시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ICO의 선결과제”라며 “ICO를 허용하기 이전에 블록체인과 실제 기술과 접합된 ICO와 유사 ICO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다른 국가에 비해 가상통화에 대한 투기가 과열돼 있어 투자자 위험이 매우 높다”라며 “가상통화를 통한 모집을 쉽게 허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가상통화 시장 안정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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